게임은 단지 오락이 아니다. 기억의 한 장면이 되고, 감정을 이끌며, 삶의 순간에 배경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음악'이 있다. 사운드트랙은 단지 배경음악이 아니라, 세계관과 서사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지난 수십 년간 게임의 감동을 배가시킨 명곡들 가운데 시대를 대표하고 여운을 남긴 국내외 게임 OST 11곡을 엄선했다.
◇ FIFA 2000 – Robbie Williams 'It’s Only Us'
피파 시리즈 초창기부터 축구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OST. 영국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곡으로, 실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이 곡은 'FIFA 2000'의 대표 테마로 삽입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자신이 응원하는 포트 베일 FC의 등장 조건으로 FIFA와 계약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패키지 구성과 사운드의 고급스러움은 지금의 EA 트랙 시스템의 원형이 됐다.
공식 MV. Robbie Williams 채널 업로드
◇ 요구르팅 – 'Always'
국산 MMORPG 역사에서 음악으로 회자되는 드문 사례다. 코요태 신지가 부른 이 곡은 애니메이션풍 영상과 함께 게임 출시 전부터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2021년 신지가 직접 리메이크 버전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추억을 소환했다. 이 곡은 멜론 차트 36위에 오르는 등 정식 음원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으며, 단일 게임 OST로는 이례적인 인기였다.
출처=patchouali12 채널
◇ 포켓몬스터 금/은 – 연두마을 테마(New Bark Town)
포켓몬 시리즈에서 가장 서정적인 테마 중 하나. 스타팅 마을인 연두마을의 BGM은 단순하고 짧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귀소본능을 자극한다. 특히 하트골드/소울실버 버전의 리마스터를 통해 재평가되었으며, 플레이어들이 가장 자주 커버하는 포켓몬 BGM 중 하나다.
공식 OST 편집 영상 – Game Freak, Nintendo 공식 BGM 아카이브에서 재배포됨
◇ 오투잼 – '크리스마스의 기억'
리듬게임 전성기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되었고, 노래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 리듬게임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특히 2009년 재서비스 당시 '불후의 명곡' 이벤트 1위로 무료 배포되기도 했다. 이 곡은 이후 '펌프 잇 업(Pump It Up)' 등 다른 리듬 게임에도 수록되며 입지를 넓혔다.
O2Jam OST - A Christmas Memory (Original Version) / O2Jam Music
◇ 스타크래프트 – 'Terran Theme 1'
"애국가 5절"이라는 별명처럼, 이 음악은 단지 배경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이 곡은 e스포츠와 게임 문화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테란의 전투와 생존을 연상케 하는 이 음악은 여전히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 등으로 회자된다. 글렌 스태퍼드의 기타 기반 작곡은 이후 블리자드 사운드 디자인의 표준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Katrulzin 채널
◇ 포트리스2 블루 – 'There's Something about Supertank'
온라인 대전 게임의 흥행 신화를 쓴 포트리스2. 그 중심에 있었던 OST로, 슈퍼탱크와 함께 각인된 이 곡은 밸리 오브 발키리 맵, 더 스카이 등의 배경과 어우러져 한 시대를 장식했다. 포트리스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OST는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며 향수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Work-Life Imbalance 채널
◇ 던전앤파이터 – '바람의 너를'
가수 최현아의 보컬이 인상적인 이 곡은 '던파' 초창기의 감성과 함께 한다. 고전 애니메이션 감성이 섞인 사운드는 당시 그랜드체이스, 샤이닝로어 등과 함께 투니버스풍 게임 음악의 유행을 대표한다. 이 곡은 공식 콘서트나 영상 콘텐츠에도 자주 사용되며, 여전히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DNF] 바람의 너를 (Vocal. 최현아)| DnF 'Vocal Collection' ▶던파_보컬 콜렉션 / 네플리 NePLi [Neople Playlist]
◇ 블레이드앤소울 – '바람이 잠든 곳으로'
휴우가 부른 이 곡은 블소의 NPC 남설린의 인생을 대변한다. 곡에 담긴 '구름'과 '바람'이라는 키워드는 게임 내 세계관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보컬곡과 게임 서사의 완벽한 결합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곡은 에스페란토어 등 다양한 언어 버전으로 제작돼 해외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B&S] 바람이 잠든 곳으로_블소 OST / plaync
◇ The Elder Scrolls V: Skyrim – 'Dragonborn'
전 세계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RPG 테마곡 중 하나. 웅장한 남성 합창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스카이림의 방대한 세계를 음악 하나로 요약한다. 제레미 소울이 작곡한 이 곡은 노르딕 민속음악과 서사적 클래식의 조화를 보여주며, 수많은 리믹스와 커버로 재해석되었다.
The Elder Scrolls V Skyrim: Dragonborn - Official Trailer / Bethesda Softworks
◇ NieR:Automata – 'Weight of the World'
게임 OST가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완벽히 보여준 사례. 일본어, 영어, 가상언어로 각기 다르게 구성된 보컬 버전은 각 엔딩에 따라 다른 감동을 전한다. 이 곡은 게임의 엔딩 후 플레이어에게 직접 메시지를 던지는 구조와 맞물리며, 게임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오카베 케이이치의 디렉션 아래 제작된 이 테마는 '게임 음악의 예술성'을 새롭게 정의했다.
Weight of the World Kowaretasekainouta - Marina Kawano (NieR:Automata Original Soundtrack)【Audio】/ SQUARE ENIX MUSIC Channel
◇ Journey – 'Apotheosis'
게임 음악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Journey'의 대표곡. 대사 없는 게임에서 음악은 감정을 전하는 언어였다. 'Apotheosis'는 게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눈물과 전율을 안겼다. 오스틴 윈토리의 작곡은 게임과 클래식 음악이 예술적 장르로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후 수많은 게임 음악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Journey Soundtrack (Austin Wintory) - 17. Apotheosis / Journey Soundtrack
음악은 언제나 게임 속 감정을 증폭시킨다. 그것은 플레이어가 조작을 멈춘 순간에도, 머릿속에 멜로디로 남아 삶의 배경이 된다. 이 11개의 명곡은 단지 배경음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고 감정을 새기며 게임의 감동을 온전히 완성한 장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들어보자. 그리고 한 곡 한 곡이 선사하는 이야기와 감정에 천천히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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