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게임업계 전반이 홍역을 앓았다. 이후 국내를 타깃으로 한 모바일 뽑기 게임에서 글로벌을 타깃으로 한 고퀄리티의 게임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비단 지난 21년 상반기의 여러 논란들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흐름을 가속하는데 상반기의 논란이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은 확실하다.

 

◇ 게임시장의 역사, 잘못된 예측이었을까

국내 게임개발사가 잇따라 콘솔게임 개발에 나서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90년대부터 본격화된 한국게임업계는 PC패키지를 시작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 시대가 열리며 월정액과 부분유료화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전환된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영원의 탑'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영원의 탑'

 

이후 2013년 모바일게임 시대가 시작되자 패키지와 콘솔게임 개발은 거의 자취를 감춘다. 언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게임에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밀려들었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그러는 사이 한국게임개발사들은 기획력과 개발력에 크게 힘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과금과 성장 중심 RPG에 맞춰진 개발환경이 적응되면서 다양한 장르 기획·개발이 어려워졌다. 반대로 콘솔기반 글로벌게임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쯤 등장했던 '콘솔게임에 미래는 없다'는 발언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였다.

오히려 미래를 잃고 있었던 건 한국게임이었다. 기획력을 상실하자 내수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 권위 있는 게임행사에서 한국게임이 자취를 감췄다.

2021년 상반기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서 파생된 연쇄파동 이후로 출시될 게임들은 유독 '게임성'과 '착한 BM'을 장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지속적인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쏟아져 더 이상 국내에서는 PC 온라인, PCㆍ콘솔 게임 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늘어나고 있었다. 또한 해외 대형 게임사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AAA급 신작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그래픽과 물리엔진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게임들을 보며 한탄하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게임성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양산형 게임'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그런데 2021년, 정작 국내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타이틀은 상반기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하반기 '리니지W'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최대의 아이러니로 모든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에서 이들을 헐뜯고 있으나 좋지 못한 여론과는 상반된 매출을 보여준다. 욕하는 사람 따로, 돈 쓰는 사람 따로라는 결론이 도출되는데, 이러한 결과를 목도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결국 여론과는 관계 없이 똑같은 게임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론이 마냥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신작 소식보다는 PC 온라인 게임, PC/콘솔 게임들이 AAA급을 목표로 개발중이라는 소식이 더욱 많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 게이머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흐름에 따라 신장르를 개척한 게임들, 그리고 후발주자들

이렇듯 급변하는 게임시장에서 과금형 모바일게임 하나만으로 굳히기를 시도했던 국내 개발사들은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고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3N의 바로 뒤를 쫓는다고 평가받는 '크래프톤'이나 '스마일게이트'는 이런 흐름이 있기 전에, 혹은 이런 흐름을 타고 글로벌 게임사로의 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개발사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핵앤슬래시로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개발사의 낭만을 보여주며 메인 스트림에 입성, 현재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피파와 같은 단판성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MMORPG가 됐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국산 배틀로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배틀그라운드는 현재의 크래프톤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흥행 타이틀이며 해외 게임사와 비슷하게 판매량으로 수익을 올렸다.
크래프톤은 여기에 이어 AAA급 호러 SF장르인 콘솔 게임, '더 칼리스토프로토콜'을 개발중에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아울러 라운드8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네오위즈에서 배급 예정인 국산 AAA '소울라이크' P의 거짓이 있다. 동화 피노키오를 각색하여 콘솔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소울라이크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블록체인과 함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에 진입한 펄어비스의 도깨비가 있다. 작년 한해 출시 예정 게임중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국산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와 아름다운 그래픽은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도전에 나서는 K-게임들
도전에 나서는 K-게임들

 

넥슨 또한 던파라는 잘 빚은 IP를 대전 격투게임으로 으로도 승화시켰는데, 그것이 6월 공개를 앞둔 던파 듀얼이다. 3N중에는 넷마블도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산 3D MOBA의 재도전으로 주목받는 오버프라임이다. 끝으로 카카오게임즈에서도 생존형 오픈월드 TPS 디스테라의 막바지 개발에 도달한 상태다.

 

◇ 그리고 콘솔 시장으로의 새로운 도전

국내 개발사들은 한때 MMORPG 강국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일본과 중국, 대만 같은 경쟁국가에 개발력과 기획력에서 밀리고 있다.

중국게임업계 성장은 눈부신 정도인데, 모바일게임 경쟁력 뿐만 아니라 콘솔게임 개발에도 도전하면서 이목도 사로잡았다. 다만 중국게임업계는 초대형 내수시장을 보유했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 그에 비해 콘솔시장이 매우 작다는 단점을 안고있다. 그럼에도 콘솔게임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과 기획력, 경험 확보를 위해서다. 미래게임산업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도전이다.

중국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
중국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

 

북미와 유럽 중심인 콘솔시장은 개발사의 콘텐츠 잠재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울러 한국 게임업계에 있어 이러한 도전은 탈 중국이라는 맥락과도 이어진다. 한국게임업계 성장을 주도한 곳은 중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수 매출을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기 때문.

넥슨과 넷마블 같은 1세대 온라인게임사부터 2018년 전까지 대부분 게임사가 중국을 목표로 움직였다. 이용자 성향도 비슷하고 기대수익도 상당했다. 하지만 중국판호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한국게임이 표류했다. 대만과 동남아 도전도 이어졌지만 중국만 못했다. 이는 한국의 게임주가 급락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의 도전은 떨어진 이용자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모바일게임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정적 평가도 압도적이다.

3N을 비롯한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에 도전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에만 몰두한 결과 AAA급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력을 상실했고,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개발력과 기획력을 입증하고 기업 가치를 증명 해야한다. 

유럽, 일본 등은 AAA급 게임을 출시하며 글로벌 게임사로써의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 국내 게임사들이 이에 발들인 모습은 전무했다. 모바일 게임으로 해외에서 선전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한국 유저들처럼 뽑기에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식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는 일이 부지기수가 됐다. 

너티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너티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링'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링'

 

뽑기식 모바일 게임으로는 오랜기간 서비스 할 수 없다는 점을 게임사들도 깨달았다. 유저들도 똑같은 모바일 게임들에 환멸을 느끼고 지갑을 닫는 추세다. 한계가 명확한 한국시장을 벗어나 글로벌로 나아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콘솔시장을 두드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2020년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8억2600만달러(한화 약 68조8200억원)에 달하며 전체 게임시장의 26.6%를 차지한다. 콘솔게임을 개발하면 PC 출시 연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신규 수익원을 고민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충분히 새로이 공략할 만한 영역이다.

 

◇ 싸이나 BTS,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 무엇이 다를까?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들은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을 넘어 주류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그간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현재 한국적인 것을 취하되, 글로벌 트렌드 혹은 타깃 시장의 문화 및 정서를 따랐다. 아울러 작품성을 버리지 않았다. 모든 문화콘텐츠가 작품으로 취급되는 요즘, 예술성과 작품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임은 보다 많은 인적자원을 요구하는 종합예술이다.

 

음악인데 음악성을 포기하고, 드라마나 영화인데 작품성을 포기하면 글로벌 시장에 명함도 내밀 수 없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게임성을 포기한 순간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과 콘솔은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게임사가 되기 위해서는 게임성으로 승부하고 많은 판매량을 노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좋은게임, 재미있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글로벌 성공은 희박해진다. 게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며 이중 전체 매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콘솔산업에서 활약할 한국콘솔게임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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