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MMORPG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상반기 레전드 오브 이미르, RF 온라인 넥스트, 마비노기 모바일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정체됐던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하반기에도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넷마블의 뱀피르, 컴투스의 더 스타라이트, 웹젠의 R2오리진이 연이어 출시됐고, 이제 업계와 게이머들의 시선은 오롯이 두 게임에 쏠려 있다. 10월 22일 출시된 드림에이지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과, 11월 19일 출시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다.
현재(10월 15일) 시점에서 아키텍트는 일주일 후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이온2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이 두 게임의 성패가 국내 MMORPG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진의 자존심 대결 - 리니지 명가 vs 아이온 정통
두 게임의 첫 번째 비교 포인트는 개발진의 역량과 배경이다. 아키텍트를 개발한 아쿠아트리의 박범진 대표는 넷마블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제2의 나라를 연이어 흥행시킨 '리니지 명가' 출신이다. 출시 예정일과 업데이트 일정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일정 관리와 빠른 개발 속도로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넷마블을 떠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대형 MMORPG를 출시한다는 점은 그의 개발 역량을 입증한다.
반면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의 '총력전'이다. 리니지2M을 개발한 백승욱 전무가 총괄을 맡고, 김남준 상무가 PD를 담당하며, 개발팀 규모만 330명에 달한다. 7년간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프로젝트로, 엔씨소프트는 사상 처음으로 지스타 2025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며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게임 모두 '리니지 DNA'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범진 대표는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백승욱 전무는 리니지2M으로 각각 리니지 IP의 모바일 성공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이 각자의 새로운 IP로 정면승부를 펼치는 구도다.
착한 BM 경쟁 - 게이머의 신뢰 회복이 관건
두 번째 핵심 비교 포인트는 비즈니스 모델(BM)이다. 두 게임 모두 '리니지라이크' 과금 구조를 탈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과 PK 중심의 무한 경쟁 구조로 게이머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아키텍트는 출시 전부터 '무과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강조해왔다. 드림에이지 유지인 사업팀장은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상품으로 구성했고, 억지로 사야만 하는 상품은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픽업 시스템, 천장 시스템, 확률 업 시스템 등 확률형 아이템의 부담을 줄이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아이온2 역시 착한 BM을 거듭 약속했다. 실적발표와 쇼케이스를 통해 뽑기(확률형 아이템) 대신 확정 판매 방식, Pay to Win (P2W) 요소 완화를 약속했고, Pay to Win(결제할수록 강해지는 구조) 요소가 들어갈 수 있으나 과도하지 않고 배틀패스, 커스터마이징, 스킨(외형 치장)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거래소에서는 인게임 재화인 '키나'만 사용 가능하도록 했고, 게임의 BM 설계가 경쟁보다는 협동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PvE(플레이어 대 환경) 콘텐츠에 중점을 두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 앤 소울 2, 호연, 쓰론 앤 리버티 등에서 출시 전 약속과 달리 출시 후 수익 모델을 강화한 전례가 있다. 특히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한 적자 상황에서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아키텍트 역시 하이브IM의 첫 대형 MMORPG인 만큼 장기적으로 BM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두 게임 모두 출시 후 실제 운영에서 약속을 지키는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콘텐츠 철학의 차이 - 협동의 아키텍트 vs 경쟁과 협동의 아이온2
세 번째 비교 포인트는 게임의 핵심 콘텐츠 방향성이다. 아키텍트는 철저히 PvE(플레이어 대 환경) 중심의 협동 게임을 지향한다. 핵심 콘텐츠인 '범람'과 '대범람'은 24시간 무작위로 발생하는 대규모 서버 이벤트로, 유저들이 협력해 보스를 처치하는 구조다. 단일 채널 구조를 채택해 모든 유저가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며, 비행·수영·등반 등 특수 이동으로 심리스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박범진 대표는 "플레이어들이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에 집중했다고 강조한다. 5인 협력 던전 '균열', 거인의 탑 탐험, 퀴즈 풀이 등 다양한 모험 요소를 통해 경쟁보다는 탐험과 협동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을 채택해 액션의 손맛을 살렸으며,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한다.
아이온2는 원작의 정체성인 종족 간 대결(RVR)을 계승하면서도 PvE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엔씨소프트는 "경쟁보다는 협동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며 "유저는 탐험만 해도 만렙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작 대비 36배 규모로 확장된 월드, 레이드 중심의 게임성, 그리고 자동 전투가 없는 순수 수동 전투 시스템이 특징이다.
핵심은 아키텍트가 '협동'에, 아이온2가 '협동과 경쟁의 균형'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아이온2는 천족과 마족의 RVR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PvP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아이온 IP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이번 두 타이틀의 출시는 개발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아키텍트는 신흥 강자 하이브IM이 종합 게임 퍼블리셔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가 연이은 신작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다. 두 게임 모두 언리얼5 엔진 기반의 고품질 그래픽, 착한 BM 지향, 협동 중심의 콘텐츠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키텍트는 빠른 개발과 신선한 IP로, 아이온2는 검증된 IP와 막대한 투자로 승부수를 던진다. 출시 후 실제 게임 경험, BM 운영, 그리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두 게임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10월 22일과 11월 19일, MMORPG 팬들에게는 뜨거운 가을이 예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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