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소개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가 '캐릭터'와 '클래스'다. 두 단어는 엄밀히 따지면 다른 의미지만, 어떤 게임이냐에 따라 혼용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때문에 자주 사용되지만 그 의미가 모호하게 다가왔던 캐릭터와 클래스의 차이와 역사에 대해 다뤄봤다.

캐릭터는 '소설이나 연극 따위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작품 내용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개성과 이미지(네이버 어학사전)'로 정의된다. 게임에서는 유저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나 종족을 통칭해 캐릭터라 부른다.

그리고 클래스는 교실, 학급, 수업이나 좌석 등급을 말하지만, 게임 용어로는 직업으로 흔히 직역된다. 과거 잡(직업, JOB)으로 단어를 쓰는 작품도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클래스란 단어가 완전히 뿌리내렸다.


◇ 클래스란?

TRPG 또는 RPG 게임 등장인물의 범주. 정식 명칭은 캐릭터 클래스다.

1974년 세계 최초의 상용 TRPG인 'Dungeons & Dragons'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 주된 탄생 목적은 각 게임 캐릭터별 능력의 차별화였다. 캐릭터 클래스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능력치 배치가 결정되고, 배경설정과 역할의 성격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사진 = Urban Elective
사진 = Urban Elective

 

캐릭터 클래스제를 도입한 많은 RPG 시스템에선 대개 여기에 레벨제를 곁들여서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며 해당 클래스의 심화된 기능을 습득해나가는 방식을 만들어 놓는 경향이 있다. 많은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성장해나가는 자신만의 캐릭터에 애착을 갖게 되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나아가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확대된다.

클래스는 롤플레잉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을 말한다. 클래스는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구별하는 데 일반적으로 이용되는데, 흔히 '직업'으로 설명되지만, 캐릭터가 보유한 능력, 적성, 배경과 사회적 지위, 때로는 행동의 제한점까지 포함한다.

대부분의 체계에서는 한 캐릭터가 한 가지 클래스만 보유하게 되어있지만 일부 게임에선 클래스를 갈아 치우거나 멀티클래스, 즉 여러 클래스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스는 직관적인 특질을 담고 있는 전형(아키타입)이나 특정 직업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클래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RPG에서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가 해당 클래스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를 단계적으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캐릭터는 단 하나의 클래스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게임에서는 캐릭터의 클래스를 변경하거나 동시에 다양한 클래스를 보유하게 하기도 한다. 클래스와 레벨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도 있다. 스킬 기반 시스템과 혼합하거나 캐릭터 템플릿을 이용해 클래스를 복제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 탄생 배경과 역사

앞서 언급했듯 공식적으로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알려진 '던전 & 드래곤(D&D)'은 '체인메일'과 같은 미니어처 워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스를 도입했다. D&D 이후에 만들어진 게임들은 이 아이디어를 채택하되 나름대로 변형하여 사용한 경우가 많았으며,

사진 = The Gamer
사진 = The Gamer

 

이들을 '클래스 기반' 체계의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클래스는 테이블 게임, 롤플레잉 비디오 게임, 라이브 액션 롤플레잉 게임 등에도 등장한다. 가장 인기 있는 롤플레잉 게임들은 대부분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 여전히 클래스를 기반으로 하며, 이와 더불어 인종이나 종족, 기술(스탯), 소속과 같이 캐릭터의 구별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요소를 함께 제공한다.


◇ 클래스의 클리셰

D&D 초판에서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판타지 RPG의 클리셰급 클래스들이 탄생했다.

판타지 게임에서 전사와 마법사, 도적은 기본 클래스 트리오다. 그 까닭은 이들의 능력은 서로의 약점을 상쇄한다는 것에 있다. 파이터는 힘이 세고 무기를 이용하는 전투에 특화되어 있으나 느리고 공격범위가 좁으며, 마법사는 연약하지만 다양한 마법을 사용하는 원거리 전투원이다. 도적 또한 방어력은 떨어지지만 빠른 움직임과 은신을 장점으로 한다.

클래스 구분의 정석, 사진 = dnd.wizards.com
클래스 구분의 정석, 사진 = dnd.wizards.com

 

보통은 게임 진행을 위해 전투에 탁월한 클래스를 하나 이상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중에 선택되는 몇 가지의 예시가 마법을 사용하는 주문 시전자와 은신 상태로 공격이 가능한 경우이다.

첫 발매 당시의 '던전 & 드래곤'에는 도적 클래스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그 대신에 다음 세 가지 클래스가 존재했다.

전사는 전투 능력 특화되었으나 마법 능력은 거의 전무하다. 마법사는 강력한 마법 능력을 지녔으나 더불어 취약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성직자는 치유 및 지원 계통의 마법 능력 특화되어 있으며

도적은 은신과 사교 기술에 특화된 민첩한 전투원이다. 여기에 궁수 등의 원거리 무기 전문가까지 포함해 전통적 클래스 구성이 완성됐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MMORPG의 클래스 설정에 기반이 되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또한 전사, 마법사, 도적, 궁수 등 클래식을 따르고 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또한 전사, 마법사, 도적, 궁수 등 클래식을 따르고 있다

 

공상 과학이나 논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클래스들이 원형은 따라가되 조금씩 변화한다. 마법사의 역할은 과학자와 같은 지적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클래스로 채워지고, 성직자는 의사와 같은 의료 관계자 등 지원하는 역할의 클래스로 대체되며, 로그와 레인저는 탐험가나 암살자로 변형된다. 일부 공상 과학과 초자연적 테마의 롤플레잉 게임은 마법 대신에 초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위에 나열된 클래스들의 특징을 혼합한 클래스도 있으며, 종종 '하이브리드 클래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유시인과 팔라딘이 있다. 음유시인은 도둑과 마법사를 혼합하여, 대인 관계 기술, 정신과 시각을 다루는 마법, 지원 마법에 특화된 클래스이다. 팔라딘은 파이터와 성직자의 조합으로, 파이터에 비해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회복, 아군 보호, 사악한 적에 대한 격퇴 및 강력한 공격 등의 다양한 기술을 타고난다.


◇ 클래스 시스템의 변형

클래스 메커니즘에 또 다른 변형을 제공하는 롤플레잉 게임도 있다. 예를 들어 '워해머 판타지 롤플레이(이하 WFRP)'에서 플레이어는 첫 직업을 결정하기 위해 주사위를 던진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에 할당할 수 있는 무료 스킬 포인트를 제공 받는다. 그 선택한 직업과 투자한 스킬 포인트에 따라 캐릭터에 추가되는 능력(WFRP에서는 기술 및 재능)으로 인해 변화하는 캐릭터의 특징이 클래스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플레이어가 경험치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연관된 다른 직업으로 승급을 하거나 완전히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할 수도 있다.

클래스 기반 체계의 대안으로서의 스킬 기반 체계는 플레이어의 자신의 캐릭터 발전 방식에 대한 제어력이 높아지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체계에서 플레이어는 특정 기술에 경험치를 투자하여 캐릭터의 발전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클래스가 없는 게임 중에서는 플레이어에게 템플릿을 제공하여 작업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캐릭터 클래스를 기반으로 한다. 다시 말해, 많은 클래스리스 게임들의 설정 시스템 또는 규칙 시스템은 클래스의 전형에 대한 특정 트렌드를 따른다.

클래스는 없지만, 비슷한 개념은 도입되어 있다
클래스는 없지만, 비슷한 개념은 도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롤플레잉 비디오 게임 '폴아웃'에서는 "슈터", "생존주의자", "과학자", "스무스 토커" 및 "좀도둑" 등의 개념이 등장하지만, 이들 각각의 특징은 레인저, 성직자, 도적 등의 전형적인 클래스에 맞아떨어진다.

폴아웃에 영감을 준 겁스 또한 클래스가 없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롤플레잉 게임은 아니지만, 일부 협력형 비디오 게임들은 클래스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틀필드2',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II'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던전&드래곤에서 파생된 클래스의 개념, 그 뒤를 따르는 후발주자들

클래스는 "던전 & 드래곤"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의 정체성과 특성의 기본적인 부분이다. 캐릭터의 능력, 강점, 약점은 주로 클래스에 따라 결정된다. 클래스 선택은 플레이어가 던전 & 드래곤 플레이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취하는 첫 번째 단계 중 하나이다.

캐릭터의 클래스는 캐릭터의 사용 가능한 기술과 능력에 영향을 준다. 균형 잡힌 캐릭터 파티에는 게임 내에서 발견되는 클래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던전 & 드래곤은 롤플레잉에 캐릭터 클래스의 사용을 도입한 최초의 게임이었다. 다른 많은 전통적인 롤플레잉 게임과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도 그 뒤로 이 개념을 채택했다.

1세대 국산 온라인 MMORPG인 ‘리니지’는 캐릭터와 클래스를 같은 선상에 놓은 게임이다. 기사, 요정, 군주, 마법사 등 캐릭터와 종족이 곧 클래스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이런 개념의 게임들이 나타나며 캐릭터와 클래스의 뜻을 병합한 개념이 탄생했다고 해석되고 있다.

리니지1의 클래스, 사진 = 리니지 홈페이지
리니지1의 클래스, 사진 = 리니지 홈페이지

 

2세대 MMORPG의 대표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캐릭터와 클래스의 구분이 확실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나뉜 종족마다 비슷한 클래스를 배분했다. 종족에 따른 특성을 구현해 캐릭터와 클래스의 의미를 살렸다. 이후 한국에서도 캐릭터와 클래스를 구분한 게임이 유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스 일부, 사진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홈페이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스 일부, 사진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홈페이지

 

‘블레이드앤소울’은 린족, 건족, 진족으로 나뉘며, 종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가 달랐다. 지금은 유저의 요청에 따라 클래스 생성 제한이 희석됐지만, 지금도 린족 검사 만은 ‘린검사’란 클래스로 별도로 분류되고 있다.

직업과 종족으로 나뉘어져 있는 형태, 사진 = 블레이드앤소울 홈페이지
직업과 종족으로 나뉘어져 있는 형태, 사진 = 블레이드앤소울 홈페이지

 


◇ 예외적인 경우와 클래스 변경

파이널판타지14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 등과 같이 하나의 캐릭터로 하나의 직업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모든 직업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직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환술사, 격투가 등 전투와 연관된 역할로 클래스에는 전투 클래스 외에도 채집가와 등의 제작가를 합친 '클래스'로 구성된다.

'잡' 전투계열 일부, 사진 = 파이널판타지14 홈페이지
'잡' 전투계열 일부, 사진 = 파이널판타지14 홈페이지

 

'잡'은 클래스의 상위 개념으로 전투와 관련된 클래스들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개방된다. 특정 '잡'으로 전직한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의 직업이 해당 잡에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이론적으로 하나의 캐릭터로 모든 클래스와 잡을 플레이 할 수 있는 것.

바로 이 시스템이 파이널판타지14의 '장비 교체 시스템(아머리 시스템)'이다. 던전, 임무, 퀘스트 등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을 때라면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클래스'의 무기를 착용하면 해당 역할로 전환이 된다.

잡 체인지, 사진 = 파이널판타지14 홈페이지
잡 체인지, 사진 = 파이널판타지14 홈페이지

 

보통 클래스를 바꿀 수 있는 게임에서의 클래스 변경은 특정 전직 내에 선택할 수 있는 상위전직으로 전직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아예 전혀 다른 직업으로 바뀐다는 개념은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초반에 직업을 한번 정하고 나면 그 위의 상위 직업으로 고르는 것 외에는 다른 직업으로 전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개 일정 레벨 이상이 되어야 상위 직업으로 전직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스킬이 더 추가된다거나 체력, 공격력 등이 상승하기도 한다. 특정 클래스가 강한 경우, 전직에 필요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경우도 많다.

던전 앤 파이터나 엘소드 같은 게임에서는, 상위 전직 중 어떤 클래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격방식이 달라지는 건 물론 캐릭터가 성장하거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게임들은 하나같이 배경 설정 스토리가 존재한다.


이렇듯 캐릭터와 클래스의 어원이나 출발점은 분리되어있었다. 다만 후술된 바와 같이 고정적 체계를 벗어난 게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클래스하면 떠오르는 고정적 클리셰들은 그 이름과 특색만 조금씩 바꿔가며 틀 안에서 다뤄지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추후 출시될 신작 MMORPG들을 즐기는데 있어 클래스와 캐릭터의 맥락이 궁금할 때 살펴봤던 내용을 돌이키면 이해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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