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2 둘 째날인 6월 9일, 넥슨 임훈 ER 리드게임디자이너가 '전쟁 MMORPG의 코어유저층 확대를 위한 게임 디자인 고찰-공성전의 대중화를 위한 프라시아 전기의 방법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프라시아 전기가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이용자들은 "공성전으로 무슨 대중화를 이끌 수가 있느냐", "돌고 돌아 리니지 아니냐"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임훈 디자이너가 말하는 '공성전의 대중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프라시아 전기'는 넥슨에서 자체 개발하는 신규 IP 기반 MMORPG로,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전유물이었던 공성전의 진입 장벽을 낮춰 누구나 거점을 차지할 수 있는 '공성전의 대중화' 테마를 걸고 개발 중인 작품이다.
원 채널 심리스 월드에서 수많은 거점을 두고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를 핵심 콘텐츠로 플레이어는 영지를 소유, 운영하고 거점을 직접 건설하면서 자유도 높은 실시간 전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전쟁 MMORPG의 차별점
전쟁 MMORPG 장르는 유명한 '리니지 시리즈'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처럼 PvP가 활성화된 MMORPG를 뜻한다. 우선 기성 MMORPG의 주요 특징으로 성장, 내러티브, 보상, 사회성, 퍼즐/조작 등이 존재한다.
이중 MMORPG만의 차별화된 재미 요소는 사회성이다. 사회성은 다른 장르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요소이고, 보다 깊은 재미를 선사한다. 예를들어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캠프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대규모의 전쟁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이용자가 아이템 거래와 아바타를 꾸미고 과시할 수 있는 것도 사회성 때문이다.
전쟁 MMORPG 장르는 사회성이라는 재미 요소에서 전투와 경쟁에 더욱 집중한 구조를 나타내는 게임이다. 물론 단판으로 진행되는 슈팅 게임과 모바일 게임도 전투와 경쟁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서술한 장르와 달리 전쟁 MMORPG는 '스포츠성 PVP가 아닌' '내러티브가 있는 전투와 전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렇게 내러티브가 있는 전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시스템 디자인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채널이 없는 월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채널이란 쉽게 말해 하나의 서버에 같은 위치가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 있음을 뜻한다. 대표적인 채널링 중 하나가 인스턴스 던전이다.
MMORPG의 태동기에는 채널 없는 세계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당시에는 전쟁을 위한 목적보다는 가상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일 채널로 이뤄져 있다 보니 일반 몬스터는 물론이고 희귀 아이템을 드랍하는 보스 몬스터에도 수량에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 몬스터와 싸우고 성장하는 게임에서 몬스터는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므로 이러한 자원량의 제한은 자연스럽게 경쟁의 심화를 이끌어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시스템 룰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가 적용하는 시스템을 최소화하고 단순하게 만들면 게임 시스템에 공백이 생긴다. 이러한 공백 덕분에 이용자가 규칙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유저가 규칙을 만든다면 이는 절대 규칙이 아니므로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형성될 수 있으며, 덕분에 자연스러운 전쟁 내러티브가 형성된다.
이 두 가지의 핵심 요소가 모이면 또 다른 특징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자원의 희소성이다. 자원의 희소성은 유저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여러 가지의 갈등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 계약의 필요성이 생기고 이러한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것이 바로 혈맹, 결사, 길드, 연맹 등으로 불리는 게임 커뮤니티 시스템이다.
따라서 내러티브가 있는 전쟁이 되려면 게임 커뮤니티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커뮤니티 시스템을 주축으로 활동이 이뤄진다면 유저간의 단합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깊은 유대감을 통해 재미뿐만 아니라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게 만든다.
◇ 전쟁 MMORPG의 문제점
독특한 재미를 갖춘 전쟁 MMORPG지만 문제점 역시 뚜렷하다. 먼저, 콘텐츠 독점과 최상위 유저 쏠림 현상이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사냥터 통제, 보스 통제가 여기서 비롯된다. 한정된 자원과 게임 시스템의 최소화는 자연스럽게 통제 혹은 독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독점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으키며,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와 후발 주자로 뛰어든 유저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경쟁과 PvP는 큰 재미를 선사하는 대신 큰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피로감을 줄여줄 생활 콘텐츠는 경쟁 플레이와 상충한다. 예를 들어 모닥불에서 지인들과 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경쟁자가 사냥한다면 곧바로 경험치와 아이템의 손실로 연결되는 구조인 것.
따라서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를 회피하게 되고 반복되는 경쟁 플레이는 원래 경쟁을 즐기던 유저들 조차도 큰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이외에도 다른 문제점이 있지만 대부분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에서 파생되므로 두 가지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코어 유저 확대를 위한 방법론
프라시아 전기 프로젝트의 시작은 넥슨도 "진짜 전쟁 MMORPG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전쟁과 게임성을 확장하여 새로운 전쟁 MMORPG를 디자인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프라시아 전기팀은 코어 유저들이 즐기는 재미를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사회성이야말로 전쟁 MMORPG에서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결사 간의 경쟁과 협력 플레이 강화는 전쟁 내러티브의 재미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코어 유저의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봤다.
결사의 경쟁과 협력을 확장하는 것을 조금 더 정리하면 유저의 권능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권능이라는 것은 사전적으로 권세와 능력 즉, 권력과 세력과 능력을 뜻한다. 유저들이 느끼는 권능을 질적으로 향상하고 양적으로 확대되면 결사의 경쟁과 협력이 더 확장될 것이고 그로써 전쟁의 재미도 확장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유저들이 느끼는 권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 유저 권능의 질적 향상
유저 권능에서 소개된 부분은 영지 지배다. 프라시아 전기의 핵심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영지는 심리스 월드 위에 지어져 채널링이나 인스턴스화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결사에 속한 유저들은 영자를 소유하고 이를 강화시키면서 권능이 질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사가 영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영지의 세금을 조정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을 조정할 수도 있다. 또한, 영지 내 주둔지에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지은 건물을 통해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거나 전쟁에 사용할 수도 있다. 아울러 영지 일부의 사냥터 난이도 조정도 가능하다.
나아가 영지 경영과 결사 연구를 통해 상위 콘텐츠를 오픈할 수 있다. 콘텐츠의 오픈 속도가 결사 플레이에 연결되게 설계한 것이다. 가령 거점에 특정 건물과 연구를 완성해야 최상위 포션과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고 침식이라는 최고 난이도의 콘텐츠 또한 플레이할 수 있다.
여기서 경영 플레이는 타 유저와 경쟁하는 플레이지만 단순히 전투나 전쟁 콘텐츠는 아니므로 기존에 전쟁 위주의 콘텐츠를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결사는 시스템에서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아닌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 시간을 정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침식과 같은 PvE 콘텐츠뿐만 아니라 공성전 등의 PvP 콘텐츠도 포함된다. 이러한 자유도를 통해 훨씬 흥미로운 전쟁 내러티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유저 권능의 양적 확장
권능의 양적 확장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콘텐츠 통제 등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영지 지배와 거점 경영 등 다양한 권능을 가질 수 있도록 확장했지만 결국 이러한 권능이 확장만 된다면 최상위 유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도록 인스턴스화를 진행하고 조절을 한다면 유저들과 결사들 사이의 경쟁과 전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더 많은 트로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라시아 전기는 오픈 시 20개 이상의 점령 가능한 영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트로피가 의미 있으려면 누구나 쉽게 가질 수는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나와 우리 결사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영지별로 등급에 차이가 존재한다. 최상위 영지는 성으로서 가치가 유지된다. 다만 최상위 영지만 차지하면 끝나는 구조는 아니다. 영지마다 개성 있는 파밍 지역과 사용처가 존재하고 서로의 영지가 상호보완적으로 되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A지역과 B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조합해야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영지는 경영 자원을 가지고 교역을 할 수 있으며, 결사 간의 교역은 우리와 상대 결사를 서로 이롭게 하면서 결사와 유저 성장의 토대가 되도록 설계했다.
한편 넓은 세계에서 유저가 순간 이동을 통해 거리에 제약 없이 이동한다면 최상위 결사가 너무 넓은 지역의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거리감의 상실은 독점 현상의 심화를 불러온다고 보고 있으므로 프라시아 전기는 최소한의 편의 기능이 포함된 부분을 제외하고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의 유지는 프라시아 전기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만약 비슷한 시간대에 두 개 이상의 보스 몬스터가 스폰된다면 최상위 결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더 많은 결사가 자생할 수 있고 결사와 결사 간의 관계가 중요해지게 된다.
◇ 프라시아 전기가 만드려는 세계
프라시아 전기는 유저들이 땅을 소유하고 통치하는 경험을 현실감 있게 살리고 직접 건설한 거점에서 전투를 하여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 전쟁 MMORPG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결사의 권능에 질적 향상과 양적 확장을 꾀했으며 결사간의 다이나믹을 유지하며 더 많은 결사가 활약할 공간을 형성해 더 많은 유저층이 전쟁의 내러티브를 즐길 수 있고 진정한 공성전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임훈 개발자는 “기존 전쟁 MMORPG가 가진 장점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소수가 누리는 권능을 확장해 더 많은 결사가 필요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며 “결사가 활약할 공간이 늘어날수록 공성전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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