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난 11월 14일(목) 오후 4시, 지스타 2024를 기념하여 부산 롯데시네마 샌텀시티점에서 넥슨재단이 제작한 온라인 게임 산업 다큐멘터리 '온 더 라인(ON THE LINE)' 사전 상영회가 개최되었다. 본 대큐멘터리는 총 3부작으로, 한국 게임 산업의 형성 과정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1부'세이브 더 게임(SAVE THE GAME)'은 1980년대 개인용 PC가 보급과 함께 한국 PC 패키지 게임이 흥행을 거뒀던 산업의 초창기를 다룬다. 이날 상영한 2부 '온 더 라인(ON THE LINE)'은 2000년대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황금기를 재조명했다. 1부의 경우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되어 전일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부 다큐멘터리는 한국 게임 산업의 선구자인 넥슨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문화적, 사회적 영향을 조명했다. 패키지 게임의 불법복제가 만연하던 시절, 수많은 좌절을 겪고 등장한 '온라인 게임'의 발전 과정, 그리고 게임이 사람들의 삶에 남긴 추억과 낭만을 진솔하게 담아 밀레니엄 시대에 게임을 즐긴적이 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 바람의 나라에서 시작된 여정
1996년 출시된 '바람의 나라'는 온라인 게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머드게임이 가진 그래픽의 한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채팅 기능을 통해 유저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이 게임이 제공한 가상공간에서의 소통과 모험을 "충격적"으로 표현했다. 당시엔 게임 레벨과 관계 없이 단순한 채팅조차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요즘에 비하면 그래픽은 조악했지만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세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바람의 나라 제작진은 “다리 위에서 하염없이 배를 기다리는 유저 보고 실제로 맴에서 배를 제작했다, 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했던 유저의 순수한 마음이 배 제작의 동기가 됐다”고 회상하며 게임이 유저들의 삶 그 자체가 되었음을 시사했다.
◇ 온라인 게임 산업의 발전과 PC방 문화
1990년대 말, 한국의 외환위기와 PC방의 등장으로 온라인 게임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PC방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장소를 넘어 사회적 만남의 장으로 발전했으며, 리니지와 같은 게임은 혈맹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이 시기의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경제와 정치까지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은 현실을 모방한 또 하나의 세계로 자리잡았다. 다큐멘터리는 90년대 후반까지 컴퓨터 보급률이 낮아 가정에서도 인터넷이 불가능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게임에 익숙해지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에서 PC방은 과정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월정액은 싫지만 막대사탕은 필수', 승부 개념을 넘어 일상생활에 녹아든 게임
'게임'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한 세대의 문화와 정체성에 깊이 자리잡았다. 특히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더'와 같은 작품들은 청소년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추억이 되었다. 당시의 유저들은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밤새며 웃고 떠들었던 시간을 회상하며, “그 시절 게임은 단순한 즐길거리가 아닌 청춘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퀴즈퀴즈(이후 '큐플레이'로 변경)', '크레이지 아케이드'게임 개발진은, 퀴즈가 있고 맵이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고 예쁜 아바타와 UI 덕분에 게임을 하지 않고 대화만으로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했다. 게임 내에서도 유저끼리 서로 승부를 가릴 필요 없는 방식을 택했다. 헐벗은 아바타로 등장한 신규를 만나면 서로 아이템을 선물하거나 도움을 주는 등, 모르는 사람들과 '친목' 형성되는 지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부분 유료화'의 개념도 이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바람의나라'와 같은 RPG 장르는 월정액제로 운영이 가능했지만, 아케이드 장르의 특성상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즉시 사용자가 상당수 이탈해버렸다. 그래서 커뮤니티 특성이 강해진 게임의 특성에 맞게 아바타를 직접 코디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부분 유로화를 시도했다. 유저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자신을 표현하거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아이템에 기꺼이 돈을 지불했고, 이는 높은 매출로 이어졌다. 특히 퀴즈 게임은 경쟁보다 협력과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분위기였기에, 유저들이 채팅과 아바타 꾸미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처럼 게임 사용자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활동 외에도 소셜 활동에 참여하고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고, 이는 기존 게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커뮤니티 활동이 되어 추후 게임 제작방향과 과금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게임계의 르네상스 시대,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게임에서도 르네상스 시대가 있다면 2000년 전후일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직원들이 해마다 두배씩 늘어나는 전성기였다. 가정에서도 PC와 인터넷 보급률이 늘어, 비교적 사양이 낮은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2D 횡스크롤 게임들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어서 대형 개발사들은 3D MMORPG에 10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여 일명 빅3(웹젠의 '썬', 넥슨의 '제라',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비해 기대감에 못미치는 게임성과 과금문제로 인해 한국에서는 빠르게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일부는 해외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세워 한국게임의 글로벌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게임업계는 생태계변화를 겪었다. '구글스토어'나 '앱스토어'와 같은 중계 플랫폼이 등장하고, 게임개발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게임에 투자하는 규모는 성공을 보장하주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게임사들은 성공하는 게임의 공식이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형식의 게임'임을 알게되었다. 최근들어 로컬 뿐만 아니라 해외를 겨냥하는 게임이 늘어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은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겨냥한 대표적인 사례다. 다큐멘터리는 “2000년대는 희망과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대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로 확장하는 도전이 필요한 시기”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 "다시 출시해주시면 안 될까요?": 게임이 남긴 문화적 유산
'넥슨'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수백, 수천만 명의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게임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되거나 결혼을 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20년전 플레이했던 클래식 게임들을 잊지 못해 재출시를 희망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뉴트로의 열풍에 따라 신세대들도 옛날 게임을 도전해보는 등 클래식의 영향력은 세월이 흘러도 멈출 생각을 않는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게임을 통해 얻은 창의적 경험이 현재의 영화감독, 음악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며, 게임이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매체가 되었음을 알렸다.
이어서 공개될 다큐멘터리 3부에서는 한국 유저들만의 독특한 게임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 유저들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형성한 독창적인 소통 방식과 열정 등 고유의 한국 게임 문화를 조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넥슨이 배출한 성공작들은 수없이 많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성공작에 대한 홍보나 성적지표를 과감하게 넣을법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 미사여구는 모두 제쳐두고, 오랜 세월동안 게임 업계가 가져온, 일반 유저들은 알기 힘든 고민과 갈등, 그럼에도 얻을 수 있었던 감동적이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다큐멘터리 또한 게임 역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유산이 될 것이다. 본 다큐멘터리 3부작은 게임이란 매체가 우리 삶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