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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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닐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나의 이혼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이색적인 소재의 게임이다.

그리고 이 이색적인 게임을 더 이색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이 전문 게임개발자가 아니라 변호사라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도 게임을 완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게임을 기획하고 완성까지 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 게임의 제작 비화, 제작 시 어려웠던 사건 등 궁금한 부분을 해소했다.

참고로 이 게임을 개발한 변호사는 다른 업무 건으로 인해 신상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사진은 게임상의 스크린샷으로, 변호사는 게임상에 나오는 주 변호사로 호칭한다.

나의 이혼 이야기 /노닐스튜디오
나의 이혼 이야기 /노닐스튜디오

 

게임와이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실례가 안 된다면 결혼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주 변호사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이 게임을 개발할 당시에는 이혼 사건을 주로 담당했지만, 현재는 공익을 위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전부 노출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결혼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게임와이 : 직업이 변호사인데 어떻게 게임 개발을 생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주변호사 : 평소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을 함께 해 온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엔딩이 정해진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원래도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굉장한 우연으로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되어 게임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게임와이 : 평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시는지 궁금하다

주변호사 : 네. 헤비 이용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디 가서 게임을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플레이합니다. 주로 모바일, 콘솔, 인디게임을 주로 플레이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입니다.


게임와이 : 게임을 개발하려면 개발 인원을 모아야 하는데, 게임 업계 사람이 아니라 인원 구인에 어려움은 없었나?

주변호사 : 사실 제 인생에 게임 업계란 멀고 먼 세상이었는데요, 우연한 모임에서 프로그래머와의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이 나서 이혼 게임을 설명하자 프로그래머님도 관심을 가져주시더군요. 한 번도 게임을 기획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 생각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고,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제 말을 찰떡같이 구현해주신 프로그래머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디자인을 직접 할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의 디자이너를 성공적으로 꼬셔서 함께 기나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노닐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도 게임 디자인은 처음이었습니다. UX/UI 디자인도 처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으쌰으쌰하며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 매우 보람찹니다.

나의 이혼 이야기 /노닐스튜디오
나의 이혼 이야기 /노닐스튜디오

 

게임와이 : 직접 기획했다고 들었는데 개발할 때 참고한 게임이 있나?

주변호사 : 제가 플레이했던 모든 인디게임을 참고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마음 속에 있는 게임이라면 ‘후엠아이 : 도로시’와 ‘LIMBO’를 꼽을 수 있겠네요.

‘후엠아이 : 도로시’는 주인공을 상담하며 주인공의 마음을 치료하는 모바일 게임인데, 그 게임으로 인해서 저의 이혼상담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LIMBO’는 암울한 배경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나의 이혼 이야기’의 기조를 설정하는 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게임와이 : 변호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역전재판’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혹시 ‘역전재판’은 플레이해 봤나?

주변호사 : ‘역전재판’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초기에 게임을 개발할 때에도 1부는 지금처럼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 2부는 ‘역전재판’처럼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혼에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엔딩의 다양성을 위해 2부는 포기했습니다. 만약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한국의 법정을 배경으로 한 재판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게임와이 : 게임 속 소송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인가?

주변호사 : 게임 속 내용은 제가 전부 지어낸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혼 사건의 경우 소송의 진행 양상이 매우 유사합니다. 평균적으로 1년에서 2년이 걸릴 정도로 긴 과정이지요. 그 과정에서 의뢰인들이 느끼는 배신감, 걱정, 불안, 후련함 등의 감정을 반복해서 지켜보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각종 증거룰 모으고 재판을 유리하게. / CFK
각종 증거룰 모으고 재판을 유리하게. / CFK

 

게임와이 : 게임을 개발할 때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주변호사 : 가장 큰 난관은 튜토리얼이었습니다. 제 딴에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기획했다고 착각했었는데요, 1차 개발을 마치고 테스터들에게 게임을 시켜보았을 때 그들이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막막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데도 뭔가 ‘클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간단명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튜토리얼을 만들었는데, 거의 10번은 넘게 뜯어 고쳐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게임와이 :  ‘부부클리닉’이나 ‘애로부부’ 같은 드라마도 인기가 많은데 시리즈화 할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주변호사 : 제 머릿 속을 쥐어짜내 모든 것을 털어넣은 게임이기 때문에, 이혼과 관련한 게임의 시리즈화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시리즈화가 된다면 다른 법적 분야에 대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게임와이 : 목표로 하는 판매량은 어느 정도인가? 체험판을 공개했는데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주변호사 : 여러 플랫폼과 언어로 출시되는 만큼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의 반응에 대해서는 귀엽고 깜찍하지만 입은 걸걸한 우리의 캐릭터들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네요. 

 

게임와이 : 게임와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변호사 : ‘나의 이혼 이야기’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불륜의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불륜이란 ‘당연히 화를 낼만한 이유’라고 생각되기 쉽기 때문에,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그 감정의 다양성에 대해서 경험해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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