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로부터 배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지혜를 얻고, 잘못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준다. 게임 시장도 다르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1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았다. 그리고 10년마다 게임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조명했다.
게임산업 태동기 1981년
아케이드 게임들이 유행하던 1981년. 국내에서는 오락실이라고 부르던 아케이드 게임들이 서서히 인기를 얻던 시절이다. 1981년에는 게임 역사에 중요한 몇 가지 게임이 탄생했다. 남코는 ‘갤러가’. 국내에서는 ‘갤러그’라고 불리는 게임이 아케이드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원래 남코는 ‘갤럭시안’이라는 게임을 제작했고, 성공을 거뒀지만 파이터가 적에게 납치되고, 이를 빼앗아 파이터 2대가 결합한다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남코는 ‘갤러가’와 함께 8방향 스크롤 게임 ‘보스코니언’, ‘워프 워프’ 같은 게임도 출시하여 인기를 얻었다. 
닌텐도는 ‘동키콩’이라는 게임을 통해 게임에서 점프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 냈다. 점프맨이라고 불리던 ‘마리오’가 동키콩에게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하는 게임으로, 미야모토 시게루가 최초로 제작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잘 알려진 것처럼 실패한 ‘레이더 스코프’라는 게임의 기판의 소프트웨어를 바꿔 다른 게임으로 재활용하고자 탄생한 것으로, 과거에는 프로그래머가 게임을 개발했지만 이 게임을 통해 게임 디자이너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 게임은 영화 킹콩과의 유사성 때문에 유니버셜 영화사와 소송 사건에 휘말렸으나 닌텐도가 승리했다.
한편 ‘코나미’는 횡 스크롤 게임 ‘슈퍼 코브라’와 지금도 가끔 제작되는 ‘프로거’ 일명 개구리 게임을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하여 인기를 얻었다. ‘슈퍼 코브라’는 2개의 버튼을 사용하는 보기 드문 게임이었다.
게임산업의 성장기 1991년
1981년은 8비트 게임이었기 때문에 16컬러 사용과 낮은 메모리 등으로 게임 개발에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16비트 CPU와 강화된 그래픽 능력으로 점점 화려한 게임들이 제작됐다. 16비트 게임이 주류였던 1991년은 1980년대에 비해 많은 성장을 보여준 시기였다.
캡콤은 대전 격투 게임의 대명사인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출시하여 아케이드 게임 센터를 평정했다. 이 게임의 성공으로 다른 회사들도 여러 대전 격투 게임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 게임은 콘솔 게임기로도 출시되며 또 다시 커다란 성공을 거뒀고, 1990년대를 대전 격투 게임의 전성기로 만들었다.

세가는 간판 마스코트로 키운 ‘소닉 더 헤지혹’을 탄생시켰다.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를 능가하는 플랫포머 게임을 위해 탄생한 ‘소닉 더 헤지혹’은 빠른 스피드와 360도 회전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도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가 닌텐도의 슈퍼 패미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게임이다.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2D ‘젤다’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3DS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젤다’를 상징하는 회전 베기나 현재도 사용 중인 시스템의 상당수가 이 게임에서 완성됐다. 액션과 퍼즐, 그리고 탐험, 성장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명작으로, 지금 플레이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가이낙스는 가끔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 중 육성 시뮬레이션 붐을 일으킨 ‘프린세스 메이커’는 지금도 유명한 게임이다. 부모가 되어 딸을 성장시킨다는 ‘프린세스 메이커’는 커다란 인기를 얻었고, 이 게임의 성공으로 수많은 육성 게임들이 탄생했다. PC로 첫 탄생했던 ‘프린세스 메이커’는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유통되어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한편 스퀘어는 ‘파이널 판타지 4’를 출시하며 ‘드래곤 퀘스트’와 함께 JRPG를 대표하는 양대산맥이 됐고, 코나미는 ‘악마성 드라큐라’를 통해 2D 액션 게임의 완성형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여러 2D 게임은 이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또한 EA는 (정확히는 디스팅티브 소프트) ‘4D 복싱’이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최초의 폴리곤으로 제작된 격투 게임으로, 2D 게임이 주류였던 당시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폴리곤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시점 변경도 가능했다.
3D 그래픽이 주류를 이룬 2001년
엔비디아의 3D 그래픽 카드가 PC에서 유행하고, 플레이스테이션 2로 대표되는 가정용 게임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아케이드 게임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시대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2D 그래픽 대신 폴리곤을 사용한 3D 그래픽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를 출시하며 가정용 콘솔 게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2001년은 단 1개의 게임이 어마어마한 화제를 불러왔다. 사실 연말에 출시됐기 때문에 진짜 인기는 2002년부터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게임은 바로 ‘그랜드 세프트 오토 3’였다. 이른바 오픈월드 게임의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게임으로, 과거 1, 2탄은 탑뷰 형식으로 제작됐지만 그래픽 성능이 좋아진 플레이스테이션 2 덕분에 3인칭 시점으로 변경하고, 당시로서는 완벽한 가상 세계와 자유도를 구축했다. 이 게임을 제작한 록스타는 그야말로 게임 업계의 록스타가 됐고, 오픈월드라는 장르는 게임 업계의 대표 장르가 됐다.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하나의 PC에서 2명이 플레이할 수 있었고, 어린이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캐주얼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알린 이 게임으로 인해 당시 MMORPG 위주였던 게임계는 캐주얼 온라인 게임으로 재편됐을 정도였다. 캐릭터도 인기를 얻어서 수많은 팬시, 완구 상품들이 제작됐고, ‘카트라이더’ 시리즈를 통해 넥슨의 대표적인 캐주얼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중국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평가받고, 수많은 유사 작품을 탄생시킨 ‘미르의 전설 2’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동양적인 분위기의 세계관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었지만 중국에서 더 크게 성공했다. 2004년에는 중국 게임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가입자가 2억명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11년에는 단일 게임에는 세계 최고인 2조 매출을 돌파했다. 이 게임은 중국의 2000년대 MMORPG 시장을 대표하는 인기 게임 중 하나였고, 전기류라는 게임 장르를 탄생시켰다.

2001년은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이 출시된 해였다. 지금은 SNS 게임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서, 닌텐도 64 게임기로 출시됐다. 비폭력 게임과 엔딩도 존재하지 않는 등 낯선 개념의 게임으로, 출시 당시에는 20만장 정도만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게임큐브로 재출시되어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휴대 게임기 닌텐도 DS를 통해 대성공을 거두며 닌텐도를 대표하는 IP로 성장했다. 작년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코로나 19 사태와 맞물려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게임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캡콤은 ‘역전재판’을 통해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어드벤처 게임을 다시 메이저급 게임으로 성장시켰다. 마이너한 소재, 마이너한 장르의 게임이 예상외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고퀄리티 게임의 인기와 스마트폰 게임의 급성장 2011년
2010년대는 현실 세계와 유사한 고퀄리티 3D 그래픽과 스마트폰 게임 시대로 대표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PC용 MMORPG는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1980년대부터 발전해 오던 일본 게임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인기가 식고, 시장이 축소되며, 서양 게임들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시대가 됐다. 특히 2011년에 출시한 하나의 게임은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보여줬다. 스마트폰은 2011년에는 큰 히트작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2012년부터는 ‘애니팡’, ‘아이러브커피’ 등을 통해 SNS를 가미한 게임, 퍼즐 게임을 통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파고 들게 됐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게임 시장에서 무명의 소규모 회사. 그리고 아직은 게임의 변방 지역에서 제작한 게임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2011년에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게임이 탄생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스웨덴의 모장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마인크래프트’였다. 이 게임은 현재까지 2억장 이상이 판매되며 역대 가장 많이 판매된 비디오 게임이다. 아직도 1억명 이상이 플레이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유치원생부터 성인이 함께 즐기는 게임으로, 유저가 직접 만든 수많은 콘텐츠와 어마어마한 파생 상품을 탄생시켰다. 결국 이 게임의 대성공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장스튜디오는 약 2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EA는 ‘배틀필드 3’를 2011년에 출시했다. 그전까지의 ‘배틀필드’ 시리즈는 멀티 플레이 위주의 게임이라고 생각됐지만 ‘배틀필드 3’는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모두 만족시킨 게임이었고, 경쟁작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함께 대표적인 밀리터리 FPS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싱글 플레이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배틀필드’ 시리즈 중에는 수작으로 대번 꼽히는 게임이다. ‘콜 오브 듀티’와 ‘배틀필드’ 시리즈 덕분에 밀리터리 FPS는 2000년대부터 최고의 인기 게임 장르가 됐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JRPG의 인가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반대로 서양에서는 놀라운 롤플레잉 게임들이 출시됐다. 베데스다스튜디오가 출시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 대표적이다. 사실 이 게임은 전투나 애니메이션 등 여러 부분에서 약점은 있지만 오픈월드 게임으로 판타지 세계관을 잘 표현했고 판타지 세계를 체험하는 재미를 잘 살렸다. 또한 이 게임은 사실 본 게임도 본 게임이지만 수많은 모드로 유명하다. 물론 수많은 모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PC로 플레이해야 하고, 모드 관리가 매우 귀찮아지기도 한다. 이 게임은 3,0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본 게임도 재미있지만 모드를 통해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2020년에도 이 게임의 모드는 계속 제작되고 있으니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대중화가 된 2010년을 기점으로 PC MMORPG는 서서히 위축됐다. 신작 게임은 이제 잘 등장하지 않고, 게임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발비로 개발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루홀에서 개발한 ‘테라’는 2011년에 출시하여 가장 큰 성공을 거둔 PC MMORPG였다. 수준 높은 그래픽과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의 세계관, 그리고 액션이 강조된 전투 시스템 등을 통해 기존 PC MMORPG에 비해 훨씬 발전했다. 특히 이 게임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기록했고, 특히 서양권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게임이다.
게임 시장은 더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 쉬운 게임을 많이 만들어 왔다. 물론 게임 시스템은 조금씩 복잡해져 갔지만 게임 난이도는 대부분 쉽게 만들거나 어느 정도 연습하면 익숙해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이도 조절을 통해 자신의 수준에 맞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업계의 규칙을 모두 파괴해 버린 게임이 등장했다. 원조는 2009년에 출시된 ‘데몬즈 소울’이지만 극악의 난이도에 소수 매니아를 겨냥한 게임이 상업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은 ‘다크 소울’이다. 이 게임은 그야말로 비명을 지를 수준의 극악 난이도, 복잡한 미로 같은 길찾기, 불친절한 시스템 등 초보자들은 그야말로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게임이다. 하지만 놀라운 레벨 디자인과 독창적인 세계관 등을 통해 수많은 매니아들을 탄생시켰다. 난이도 조절도 없고, 그야말로 비명이 나올 정도의 어려운 게임이지만 이 게임을 통해 프롬소프트는 세계적인 개발사로 인정받게 됐다. 물론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여러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