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 한국닌텐도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 한국닌텐도

지난해 11월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빌보드 역사를 새로 썼다. 1위부터 10위까지를 자신의 곡으로 채운 것으로 이는 빌보드 64년 역사에서 최초의 사건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게임 업계에서 지난 해부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0일 Noshten이라는 트위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게임 주간지 패미통이 공개한 비공식 2022년 게임순위 톱 50 순위에서 50개 중 40개가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 4는 7개, 플레이스테이션 5는 3개가 랭크됐다. 퍼센트로 보면 닌텐도 스위치는 93.5%, 플레이스테이션 4는 4.2%, 플레이스테이션 5는 2.3%를 차지했다.

비공식 2022년 게임순위 톱 50 순위 비율, 닌텐도 스위치의 비중...할 말이 없다 / 트위터 Noshten
비공식 2022년 게임순위 톱 50 순위 비율, 닌텐도 스위치의 비중...할 말이 없다 / 트위터 Noshten

 

◇ 2021년 게임 판매 순위 50위 중 1위부터 10위까지 닌텐도 스위치 게임

지난 해 게임 판매 순위 50위를 봐도 1위부터 10위까지가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4는 11위로 ‘엘든링’이 차지했다. 플레이스테이션 5용으로는 ‘그란투리스모 7’이 19위에 등장한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4 버전 ‘그란투리스모’는 3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2022년 게임판매 순위 탑 50 / 트위터 Noshten
일본의 2022년 게임판매 순위 탑 50 / 트위터 Noshten

 

이처럼 일본의 게임 순위는 사실상 닌텐도와 닌텐도 스위치 천하다. 사실상 닌텐도가 일본 게임업계의 순위를 올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2022년만이 아니다. 2021년에도 거의 비슷한 수치로 닌텐도가 일본 게임 순위를 점령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2005년부터 닌텐도는 지금과 유사하게 일본 게임순위를 점령했다. 2005년 당시에는 휴대 게임기 닌텐도 DS를 통해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매일 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닌텐독스’, ‘말랑말랑 두뇌교실’이 1위부터 4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은 ‘킹덤 하츠 2’가 5위를 차지했다. 10위 중에 7개가 닌텐도의 게임기였다.

2006년 역시 닌텐도는 일본 게임 순위를 점령했다. ‘포켓 몬스터DP 디아루가ㆍ펄기아’과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매일매일 더욱더! DS 두뇌 트레이닝’,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등으로 게임 순위를 점령해 버렸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파이널 판타지 10’과 ‘위닝 일레븐 2007’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 20년 전부터 일본 게임 순위 올킬 비결은 '소수 정예'

이처럼 닌텐도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그리고 과거 1980년대 패밀리 컴퓨터 시절부터 일본 게임순위를 올킬해 왔다. 닌텐도의 이러한 압도적인 저력의 이유는 무엇일까?

패밀리 컴퓨터 시절부터 닌텐도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며 큰 인기를 얻어왔다. 당시에도 ‘동키콩’이나 ‘뽀빠이’ 등 아케이드 게임 이식작부터 시작해서 독창적인 게임을 많이 탄생시켜왔다. 하지만 1980년대와 2000년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1980년대는 게임산업의 초기였고 닌텐도 DS가 성공한 2004년 이후는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하던 시절이었다. 1980년대의 닌텐도는 남코의 ‘제비우스’,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의 성공으로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고 소수 정예의 게임을 개발했다. 대신 서드파티의 인기 게임들도 많이 출시됐다.

패밀리 컴퓨터는 가끔 새롭게 부활한다 / nintendoeverything.com
패밀리 컴퓨터는 가끔 새롭게 부활한다 / nintendoeverything.com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성공을 거두면서 서드파티를 많이 빼앗겼다. 특히 스퀘어가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를 결정한 것은 지금도 화자되되는 당시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사건이었다.

이후 닌텐도는 원래도 강했던 자사의 개발 스튜디오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다. 닌텐도 64 이후부터는 서드파티의 의존을 버리고 내부 스튜디오를 강화하며 소수 정예 양질의 게임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 결과 닌텐도 64 이후부터는 한결 같이 출시되는 게임 리스트는 거의 동일하다.

언제나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 ‘마리오 카트’, ‘별의 커비’, ‘대난투 스매쉬브라더스’, ‘동물의 숲’, ‘마리오 파티’, ‘페이퍼 마리오’, 그리고 ‘마리오 골프’나 ‘마리오 사커’, ‘마리오 테니스’ 같은 스포츠 게임이 나온다. 닌텐도가 닌텐도 스위치 이후 신규 게임기를 출시해도 해당 게임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신작이 나올 것이다.

 

아직도 즐기는 사람이 많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 한국닌텐도
아직도 즐기는 사람이 많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 한국닌텐도
항상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여주는 포켓몬스터 스칼렛 바이올렛 / 한국닌텐도
항상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여주는 포켓몬스터 스칼렛 바이올렛 / 한국닌텐도
평화로운 게임의 대명사 동물의 숲 /' 한국닌텐도
평화로운 게임의 대명사 동물의 숲 /' 한국닌텐도

 

◇ 닌텐도64 이후 독자적인 라인업 완성...미니게임에서 AAA게임까지 

이처럼 닌텐도는 ‘마리오’와 ‘젤다’, ‘포켓몬스터’ 등 자신의 IP를 통해 서드파티 게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라인 업을 구축했다. 닌텐도의 게임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닌텐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GTA’가 출시되지 않아도 ‘콜 오브 듀티’가 나오지 않아도 닌텐도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닌텐도 64 시절 이후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라인업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니 게임 모음집 ‘메이드 인 와리오’나 ‘리듬 세상’, 액션 게임 위주로 개발됐던 ‘동키콩’, 턴 방식 전략 게임 ‘파이어 엠블렘’, 미래형 레이싱 게임 'F 제로’, ‘루이지 맨션’, ‘제노블레이드’ 하나의 장르로 평가받는 ‘메트로이드’,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탄생한 TPS ‘스플래툰’, 등 ‘마리오’나 ‘젤다’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IP들을 끝없이 보유하고 있다. 

 

◇ '압도적인 그래픽 필요 없다, 웃고 떠드는 게임'...가족 친화적 게임

닌텐도는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자신들의 IP를 진화시키며 꾸준하게 신작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패밀리 컴퓨터처럼 여전히 가족친화적인 게임을 통해 온 가족이 믿고 즐길 수 있는 게임만을 만들고 있다. 또한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압도적인 그래픽 보다는 웃고 즐기며 떠들 수 있는 게임을 위주로 만들어 낸다. 

여기에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가족 친화적인 게임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는 성인 남성 취향의 게임기라면 닌텐도는 지금도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기가 컨셉이다. 패밀리 컴퓨터나 슈퍼 패미컴, 그리고 최초의 휴대 게임기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어드밴스, 닌텐도 위, 닌텐도 스위치는 닌텐도를 대표하는 게임기들이다. 닌텐도 스위치부터는 휴대게임기와 거치기의 경계를 없애면서 위에 이어 또 다시 1억대 판매를 돌파했다.

그리고 닌텐도의 막강한 라인 업과 맞물려 2017년에 출시된 게임기지만 지금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게임회사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닌텐도 DS로 출시됐던 ‘대합주 밴드브라더스’라는 게임은 놀랍게도 게임 개발자들이 탄생시킨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은 닌텐도에서 매뉴얼이나 패키지의 디자인, 인쇄 등을 하던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낸 게임으로 당시 이와타 사장이 개발자들을 참여시켜 완성한 게임이다. 아무리 게임회사라고 하지만 게임 개발과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낸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게임 콘셉트가 재미있다면 개발자가 아니라도 개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임회사다.

 

◇ 미야모토 시게루 “연기한 게임은 좋아지지만 서둘러서 발매한 게임은 영원히 나쁘다”

결론적으로 닌텐도는 패밀리 컴퓨터 이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콘셉트 하에 지금도 그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게임업계의 신이라고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그가 육성한 후계자들이 ‘마리오’와 ‘젤다’를 비롯해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연기한 게임은 좋아지지만 서둘러서 발매한 게임은 영원히 나쁘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즐겁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면 세계 어디에서나 판매할 수 있다” “잘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제품을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임업계의 사람들이라면 새겨 들을 만한 명언을 남겼다. 

닌텐도는 지금도 이러한 정신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그리고 닌텐도의 게임은 일본의 게이머에게 1980년대부터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다. 지금의 일본 게임순위 올킬은 1980년대부터 쌓아온 닌텐도 게임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의 결과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닌텐도의  대표 IP를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 / nintendoeverything.com
닌텐도의  대표 IP를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 / nintendoeveryt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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