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게임사들이 접근성 개선에 대한 방안을 내어놓으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것은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을 포함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적 기능 저하로 인해 점진적으로 장애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게임 접근선 개선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며, 글로벌 게임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살펴봤다. 

'게임 접근성'이라는 것이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단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세계게임개발자협회(IGDA)는 2004년 게임 접근성에 대한 백서를 발행, 게임 접근성의 정의와 중요성, 장애의 분류, 장애에 대한 접근성 조치 등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1월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 제언이 나왔다. 우선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주변기기, UI/UX, 인터페이스 개선/개발 연구의 필요성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게임 내에서 TTS 기능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서비스를,  한 손 사용자를 위해 마우스, 키보드 등 선택하여 조작할 수 있도록 개선해 주는 것이다.

게임 이용예정자의 장애 정도별 1순위 이용 게임 명(상위 20개) /한콘진

 

이를 위해서는 인터페이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기준에 접근성 기준을 마련하여 한 손 사용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 접근이 가능한 등급 분류 표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사회적 건강 측면에서 장애인이 참여 가능한 게임 대회의 분류를 마련하는 등의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정 게임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측면의 분석을 통해 게임 대회 참가자 기준을 설정하고 게임 대회를 여는 등의 미래지향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주요 장애 유형별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희망 개선 분야

 

그렇다면 실제 게임사들의 게임성 접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 Xbox 대표 게임들에서 접근성 기능 확대

게임 접근성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Xbox다. 회사는 지난 18일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Global Accessibility Awareness Day, GAAD)’을 맞아 게임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실시한 다양한 활동과 업데이트 소식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스토어에서 이용자가 자신의 접근성 필요 사항 및 기호에 맞춰 게임을 필터링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주며 17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난이도 설정과 자막 등 20개의 접근성 필터를 포함한 다양한 필터를 적용함으로써 콘솔, PC, 클라우드에 걸쳐 취향에 맞는 게임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게임 플레이 중 혼란 및 혼동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시각 요소를 줄이기 위해, PC용 Xbox 앱에 배경 이미지 및 애니메이션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신규 접근성 설정을 추가했다. 

기존에 제공되던 접근성 프로그램도 더욱 발전했다. 일례로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이 게임 접근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Xbox가 2021년 2월 론칭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접근성 테스팅 서비스(MGATS)’에는 개발자들이 접근성 태그의 기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119개의 테스트 단계와 124개의 예시가 추가됐다. 

Xbox 접근성 지침 항목 /마이크로소프트
Xbox 접근성 지침 항목 /마이크로소프트

 

아울러, Xbox는 작년 하반기 게임 접근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Xbox 앰배서더 접근성 익스플로러 패스’를 선보였다. 이후 이용자들이 완수한 미션은 100만 개가 넘으며 18,000명 이상의 개인 이용자가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Xbox 대표 게임들도 접근성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시각 장애인 및 저시력자가 보조 오디오 신호를 이용해 게임 내 트랙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근성 기능인 ‘시각장애인 운전 보조 기능(Blind Driving Assists, BDA)’를 탑재했다.

포르자의 시각장애인 운전 보조 기능(Blind Driving Assists, BDA) /마이크로소프트
포르자의 시각장애인 운전 보조 기능(Blind Driving Assists, BDA) /마이크로소프트

 

또 ‘마인크래프트 레전드’는 텍스트 음성 변환 기능, 다양한 컨트롤러 옵션, 색맹 모드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하이파이 러시’는 사운드 활성화 없이 배경과 UI의 비트 펄스를 시각화할 수 있는 리듬 시각화 기능 등을 제공한다. 

한편, Xbox는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되는 '게임사회' 전시를 통해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Xbox Adaptive Controller)를 선보인다.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Xbox Adaptive Controller) /마이크로소프트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Xbox Adaptive Controller) /마이크로소프트


◇ 소니는 PS5에서 사용자 지정 가능 컨트롤러 키트 공개

소니는 5월 세계 접근성의 날을 기념하여 PS5용 Access 컨트롤러의 기능에 대해 발표햇다. 이 컨트롤러는 '프로젝트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올해 CES2023에서 처음 공개됐다. 몸이 불편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그리고 더 오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지정 가능 컨트롤러 키트다.

소니의 게임 접근성 관련 메뉴

 

이 컨트롤러는 다양한 종류의 버튼과 스틱 캡이 포함되어 있어 플레이어가 원하는 강도, 동작 범위 및 신체적 요구 사항에 맞는 다양한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용자는 컨트롤러를 평평한 표면에서 사용하거나 360도 방향으로 맞추거나 컨트롤러를 AMPS 패턴 마운트 또는 삼각대에 쉽게 고정할 수 있다. 또한 아날로그 스틱과 컨트롤러의 거리를 조정할 수도 있다. 컨트롤러에 있는 4개의 3.5mm AUX 포트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에게 맞는 특별한 스위치, 버튼 또는 아날로그 스틱을 통합할 수 있다.

컨트롤러의 아날로그 스틱 거리를 조정하는 옵션을 보여주는 이미지. PS5용 액세스 컨트롤러 /SIE
컨트롤러의 아날로그 스틱 거리를 조정하는 옵션을 보여주는 이미지. PS5용 액세스 컨트롤러 /SIE

 

소니는 이 발표와 함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접근성에 대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조회수가 18만회를 넘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는 "누구나 장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의 헌신과 노력은 세상이 볼 수 있도록 강조되어야 한다", "더 많은 개발자가 자이로 조준 컨트롤을 게임에 구현하기를 바란다", "장애가 없어 행복하다ㅏ.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PS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훈훈하고 감동적"이라는 등의 반응을 남겼다. 

소니의 게임 접근성 개선

 

◇ 블리자드, ‘디아블로4’에서 50가지가 넘는 손쉬운 사용 기능 구현

블리자드는 22일 '디아블로4'에서 누구에게나 동등한 게임 플레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접근성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염두에 뒀다.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한 결과 '디아블로4' 출시 시 손 동작, 텍스트 판독, 시력보조 기능 등 50가지가 넘는 손쉬운 사용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디아블로4에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 /블리자드
디아블로4에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 /블리자드

 

우선 버튼 지정을 변경하여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러의 입력을 선호도와 신체 능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기술 켜기/끄기 및 휠 행동 메뉴를 활성화하여, 기술을 시전하기 위해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다. 또 아날로그 스틱의 기본 입력 지정을 컨트롤러의 한쪽으로 변경하여, 한 손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아울러 대상 고정 유지 기능을 사용해 기술과 무기의 대상을 적 하나로 고정할 수 있다. 자막은 시네마틱에서 기본 활성화되어 있으며, 글꼴 색상과 크기, 텍스트의 배경 불투명도도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내장 음성 텍스트 변환 소프트웨어를 통해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기기의 마이크를 이용해 이야기한 내용을 채팅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다. 게임 내 텍스트는 크기 조절이 가능하고, 커서 크기도 조정할 수도 있다.

괴물이 아이템을 떨어트리면 음향 신호가 재생된다. 특정 유형의 장비가 떨어질 때만 신호가 재생되는 세부적인 조정도 가능하고, 아이템의 희귀도도 안내한다. 강조 표시를 활성화하면 플레이어, 적, 오브젝트, NPC에 직접 정한 색상으로 윤곽선을 표시하여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게임에는 화면 내용 읽기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며, JAWS, NVDA 등의 타사 화면 읽기 소프트웨어도 지원한다. 

마우스가 아이템 위에 오버랩되면 소리가 들린다. 디아블로4 /블리자드
마우스가 아이템 위에 오버랩되면 소리가 들린다. 디아블로4 /블리자드

 

이미 해외에서는 소니와 MS  외에도 EA가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 위해 특허 6종 공유하고 있으며, 너티독도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문서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과 음향 신호 안내 등 게임 접근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 카카오게임즈 보조기기 지원 사업...아직 걸음마 이전 단계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는 어떨까?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국내 최초로 1억을 들여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보조기기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온라인 게임을 희망하는 서울시 및 경기도 거주 지체∙뇌병변 장애인이다. 

제공되는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에는 ▲보조기기 입력장치(키보드, 마우스, 스위치 등 PC, 태블릿, 휴대폰 연동 기기) ▲보조기기 보조장치(팔받침대, 거치대, 액세서리 등 기기 사용 보조) ▲자세 유지장치(책상, 의자, 랩보드, 벨터 등 기기 사용을 위한 자세 보조) 등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신체적, 환경적 요인으로 게임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게임문화 사각지대 해소 및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업무 협약식 /카카오게임즈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업무 협약식 /카카오게임즈

 

국내에서는 이 외에 스마일게이트가 작년 12월 게임 접근성 관련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뜻을 비춘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시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콘진의 장애인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장애인들을 위해 시행중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인 가족 집단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 게임 가족 캠프가 필요하고, 장애인 e스포츠가 커지고 직업화 등 안정화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게임을 활용한 장애인 교육이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실제 넷마블은 10년 이상 장애인 e스포츠를 주최하고 있고, 카카오게임즈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링키지랩과 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하면 엔씨는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점차 동화책 기부나 장애인 근로자 고용 확대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넥슨은 2022년 지스타에서 장애인의 문화·여가 활동의 확장 방안을 논의하는 ‘제2회 장애인 게임접근성 진흥 토론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당시 주제는 ‘장애인 e스포츠 발전 가능성과 정책 개선방안’이었다. 

다만 이들 국내 게임사가 부족한 것은 게임 내 접근성에 대한 노력이다. 아직 걸음마도 시작하지 못한 단계로 보인다. 한콘진의 연구를 보면 게임 접근성에 대한 연구 방향이 나온다. 

한콘진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게임 이용의 경우, 초기 게임에 대한 과몰입 등 두려움이 나타냈지만, 게임을 통해 얻어지는 자존감과 사회성 상승에서 오는 만족감과 가족 내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PC플랫폼과 콘솔 게임 플랫폼 사용은 장애 유형에 따라 차이를 두지 않고 고르게 선호하고 있었으며, 장애 유형 및 장애 정도에 따라 모바일 게임 플랫폼은 선호도가 낮았다. 모바일과 ‘PC 게임 플랫폼’의 경우 양손 사용을 요구하는 게임이 대부분이며, 마우스를 사용하여 조작하여야 하는 점을 공통된 어려움으로 언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모바일 게임은 사용에 접근이 불가하다고 표현하다고 표현했다. 

장애유형별로도 다른 응답이 나왔다. 지적 장애인은 피파온라인의 경우 유니폼 색이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있었고,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모바일 게임에서 휴대가 가능한 키보드와 같은 주변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시각 장애인은 마우스 사용을 힘들어했으며, 청각 장애인은 시네마틱 같은 경우 자막을 제공하길 원했다. 

장애인 게임 이용자의 제약에 대한 주요 답변 /한콘진
장애인 게임 이용자의 제약에 대한 주요 답변 /한콘진

 

5월은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Global Accessibility Awareness Day, GAAD)’이 있는 날이다. 이제 한국도 게임 접근성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게임 업계가 장애인의 사회적 처우와 환경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들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주는 일이 보다 게임사에게 있어 본질적인 접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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