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액션 '폭스레인저'가 출시된다. 1992년 출시작이니 올해로 30주년이 되는 타이틀이다. 일본 타이틀에서는 30주년, 40주년 타이틀이 나오곤 하지만 국내는 30주년 정도가 최장수 타이틀이다. 신검의 전설이 최초의 국산 게임이고, 약 5년 뒤에 나온 '폭스레인저'는 국내 최초의 슈팅게임, 국내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타이틀 이름을 달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액션과 폭스레인저라는 회사와 게임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2022년 극적으로 부활하게 되는데, 이 부활의 중심에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가장 유명했던 회사 중 하나인 빅콤이 있었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던 김갑환 회장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다. 과연 빅콤은 어떤 이유로 소프트액션의 폭스레인저를 되살렸고, 향후 어떤 사업을 전개해 갈 것인지, 빅콤 박기혁 대표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아울러 30년만에 제품을 재출시하는 소프트의 액션의 남상규 대표의 소회도 함께 들었다.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

 

게임와이: 빅콤 회사 소개를 해달라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은 2021년 11월 11일 설립된 회사다. 1990년대 빅콤을 이끌었던 김재훈 전 대표 이사의 도움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빅콤 게임의 재발매 및 빅콤 IP의 현대화 작업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아울러 빅콤 이외 국내외 훌륭한 IP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재발매 및 해당 작품의 최신작을 출시하는 것이 회사의 또 다른 목표다. 
 
게임와이: 본인 소개를 해달라

빅콤 박기혁 대표: 게임 업계에 오랜 시간 종사했던 사람은 아니다. 작년 11월 빅콤 창업을 했으니 공식적인 시작은 여기서부터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을 접한지 40여년이 된 게임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중견기업 컴퓨터 프로그래머, 마케터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후 IT 기반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견문을 넓혀왔다. 

현재 빅콤 대표로서 사라진 유력 게임 IP의 발굴 및 기획이며, 그 IP의 재발매 및 신작 출시를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게임 이용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출시하고자 한다.
 

◇ 김갑환 시절의 빅콤과 현재의 빅콤

게임와이: 빅콤은 과거 아케이드 게임 전문 회사였는데,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에게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 해당 플랫폼에 좋은 게임이 존재한다면 그 플랫폼은 빅콤의 시장이 된다.  아울러 최신 게임기로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당장은 과거 게임을 최신 플랫폼에 맞게 소개하는 정도로 시작했지만 해당 플랫폼에 맞는 신작 게임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게임와이:  빅콤이라는 회사 자체가 당시에는 전설이었다. 회사의 인지도나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있나?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이 창립된 당시는 오락실(아케이드) 시장 및 가정용 게임기 시장 모두 불법복제가 만연한 시기였다. 이에 빅콤 김갑환 선대 회장이 국내 정품 게임 유통을 추진했고, 그 결실이 일본 SNK사의 네오지오 플랫폼이었다. 이 기기의 도입으로 업소용, 가정용 게임시장 모두 큰 변화가 생겼으며, 네오지오 전용 격투 게임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빅콤의 가치 역시 함께 상승했다.


. '빅콤=김갑환'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고 김갑환 회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 

빅콤 박기혁 대표: 현 빅콤 명예회장에 대한 일화는 아는 것이 없다. 이후 빅콤을 이끈 김재훈 전 대표이사에게도 특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불법의 온상이었던 한국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양지로 바꾼 점은 높이 평가한다. 

 

. 김재훈 전 대표도 합류한 것으로 안다. 회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것인가? 어떤 사업을 해갈 생각인가?

빅콤 박기혁 대표: 김재훈 전 대표는 현재 빅콤 고문직을 맡고 있다. 

이번에 유통하게 된 폭스레인저는 소프트액션 남상규 대표와 향후 신작에 대한 건을 다양하게 논의 중이다. 

빅콤의 사명은 고전 명작을 재부활시켜서 현대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완벽하게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것이다. “연기된 게임은 결국 좋아하지만, 무리하게 발매한 게임은 영원히 나쁘다. (A delayed game is eventually good, but a rushed game is forever bad.)”라고 하는 일본 닌텐도의 개발수장이자 슈퍼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님의 말을 좋아한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빅콤은 신작 출시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

 

◇ 재출시한 '극초호권' 실적은?...향후 계획은?

게임와이: 최근 '극초호권'을 출시했다. 판매량과 수익성이 궁금하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으며, 어떤 경로로 피드백을 받았나? 

빅콤 박기혁 대표: '극초호권' 리패키지는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큰 이익을 보고자 대량으로 유통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700, 국내 500 총 1,200세트를 생산하여 완판됐다.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해서 반응이 좋았다. 포털 고전카페 및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올라온 글, 그리고 직접 메일을 보내주신 구매자까지 피드백 경로는 다양했다. 

극초호권 이미지 /빅콤스토어
극초호권 이미지 /빅콤스토어

 

게임와이: 극초호권과는 별도로 고전 게임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게이머의 반응은 어떤가?

빅콤 박기혁 대표: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추억팔이 또는 성의부족이라는 이야기도 일부 있었다. 모든 의견은 존중하지만 오래된 고전의 재부활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묻혀있던 고전의 가치를 살려서 새로운 IP로 부활시키는 것은 멋진 일다.

 

게임와이: '극초호권'은 빅콤 자체 게임이니 재출시가 수월했겠지만 '폭스레인저'는 다른 회사 작품이라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빅콤 박기혁 대표: 그렇다.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원 저작자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먼저 폭스레인저의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김성식 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이후 게임 관련업에 종사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남상규 대표 역시 찾게 되었다. 만남 이후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일치해 의기투합했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게임와이: 다른 회사의 고전 게임도 재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다. 과거 재미있었던 명작이라면 꼭 우리 회사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숨겨진 재미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그것의 최신작 역시 이어나갈 수 있다면 최선이라고 본다. 

일본만 해도 파이널파이트, 골든엑스, 선더포스, 자낙, 알레스터 등등 많은 명작의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닷에뮤의 '베어너클 4'나 플래티넘 게임즈의 '솔 크레스터'처럼 새롭게 부활해 최신작이 나온 사례가 있다. 

 

게임와이:  매출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사업일텐데 고전 게임을 재출시하는 이유가 있는지?

빅콤 박기혁 대표: 그렇다. 단순히 고전게임만 지속해서 재출시 한다면 시장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그 IP의 부활 사실을 재출시로 알리면서 해당 게임을 몰랐던 분들에게도 그 게임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

 

게임와이:  앞으로도 고전 게임을 계속해서 출시할 예정인가? 과거 도스 PC 게임을 윈도우 환경으로 바꾸거나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 있을텐데 개발사가 없다면 곤란할 것 같다.

빅콤 박기혁 대표: 좋은 콘텐츠와 게임의 본질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출시할 의향이 있다. 최근 모바일 시장은 동일 콘셉트에 그래픽과 사운드만 달리하여 출시하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 콘솔 시장 역시 개발 툴의 발전으로 양산형 게임이 많은 시장이 되었다. 게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빅콤은 그 본질을 잃지 않고 업무에 매진할 생각이다.

 

◇ 폭스레인저 및 소프트액션에 대한 궁금증

게임와이: '폭스레인저'는 당시 15,000원에 25,000장 정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만장을 팔았다는 정보도 있던데 어떤 것이 맞나? 최초의 PC 슈팅게임에 최초의 상업적 성공(1만장)을 거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체적으로 생각하는 '폭스레인저' 특징이나 의미는 어떤 것인가? 

소프트액션 남상규 대표: 계약 자체가 러닝 로열티 계약이 아니라 턴키 방식의 계약이었기 때문에 당시 유통사에서 정확한 수량을 집계해 주지 않았다. 1만개 팔렸다는 얘기는 출시 일주일만으로 기억한다. 당시, 마지막으로 유통사에게 문의했을 때 2만개를 넘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마지막이다. 발매 2개월 정도 지난 후의 판매량이니 그 후 얼마나 더 팔렸는지는 알 수 없다.

소프트액션 '폭스레인저' 이미지 /빅콤스토어
소프트액션 '폭스레인저' 이미지 /빅콤스토어

 

게임와이: 1992년이면 그 즈음에 '페르시아 왕자'나 '둠'이 유행이었던 것 같다. '폭스레인저'를 출시했을 당시의 국내 패키지 시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소프트액션 남상규 대표: 불법복제가 90%를 훨씬 넘는 암울한 시장이었으며 그런 환경에서 2만개가 넘는 판매량은 당시 경이로울만한 실적이었다. 특히, 당시 컴퓨터 하드웨어 사정상 화면 전체가 빠르게 스크롤하는 액션게임은 폭스레인저가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


게임와이: 리패키지 작업을 하면서 코딩을 다시 한 것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리패키징만 한 것인가?

빅콤 박기혁 대표: 이번 리패키지 작업은 폭스레인저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개념이다. 일부 코드를 수정하기 위해 재코딩 및 이미지 수정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건드리지 않았다.

폭스레인지 패키지 /빅콤스토어
폭스레인지 패키지 /빅콤스토어


게임와이: 리패키지를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

빅콤 박기혁 대표: 무엇보다도 이용자들 의견이었다. 그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모아 예약에 돌입했지만 생각지 못한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부분을 지금 시점에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지 원저작자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게임와이: 패키지 내에 소프트액션 비화집이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

빅콤 박기혁 대표:  과거 소프트액션이 출시했던 게임 및 공개되지 않았던 게임, 그리고 폭스레인저 공략본 등이 포함이 된다.


게임와이: 이번 패키지를 구매하면 남상규 친필 사인이 들어간 국내최초 음악CD NF43도 랜덤 증정한다. CD를 30년간 보관을 했다 하니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소프트액션 남상규 대표: CD는 당시 마지막 제작을 했을 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수량을 더 제작했다. 거의 30년을 보관했다.

30년간 보관된 국내최초 음악CD NF43 /빅콤스토어
30년간 보관된 국내최초 음악CD NF43 /빅콤스토어

 


게임와이: 소프트액션이라는 회사와 도메인, 홈페이지가 남아 있는 것도 신기하다. 회사 및 남상규 대표 본인의 근황이 궁금하다. 

빅콤 박기혁 대표: 소프트액션 도메인은 남상규 대표의 동의를 얻어 빅콤이 새롭게 취득했다. 앞으로 협업하는 게임에 대한 홍보 페이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 극초호권2 기획중...폭스레인저4 나올까?

게임와이: 빅콤은 과거에도 '왕중왕'이나 '극초호권' 같은 게임을 개발해 왔다. 앞으로도 자체 게임을 개발할 것인지,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빅콤 박기혁 대표: '극초호권 리메이크', '극초호권' IP를 활용한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극초호권2'까지 기획하고 있다.  현재 다양하게 내부 토론 중이며 완성도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순서로 출시 일정을 잡을 생각이다.

 

게임와이:  소프트액션의 회사를 유지한 이유는 오늘을 위해서였던 것 같다. 어떤 비전이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어떤 회사로 남았으면 하는가?

빅콤 박기혁 대표: 최신 플랫폼으로 폭스레인저 신작인 '폭스레인저 4'가 등장한다면 정말 멋진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음악은 당연히 남상규 대표 작곡으로 말이다. 지금은 플랫폼 자체가 글로벌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산 슈팅게임의 독창성과 한국 게임 음악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전파하기 좋은 절호의 시기인 듯하다.

빅콤 박기혁 대표 /빅콤


게임와이:  게임와이 독자 및 타이틀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빅콤 박기혁 대표: '폭스레인저'를 기억해주신 모든 분들에 감사인사를 드린다.  게임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40대에서 50대 정도라 생각한다. 저 역시 40중반으로 이 연령대에 속해 있으며, 어릴 적 폭스레인저를 접했던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우리 세대에게 선물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소프트액션 남상규 대표: 엄청나게 발달된 하드웨어와 거기에 맞게 제작된 현재의 게임에는 비할 수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폭스레인저는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길을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라 자부한다. 그런 역사의 일부분을 소장하고 싶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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