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 학과가 늘었다. 한양대, 호남대, 전남과학대학교 등 한 두곳이 아니고 산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e스포츠가 하나의 학문이 된 것이다. '나쁜 것'으로만 인식되던 게임 업계에 크나 큰 변화다.
그렇다면 e스포츠학과의 커리큘럼은 어떤 것일까?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교과과정을 보니 문화 e스포츠 산업개론, 게임훈련I, II, e스포츠 전술 II 등 몇몇 과목을 빼고 나면 아직 제대로 된 '학문'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e스포츠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영사의 신간 'e스포츠의 이해'는 e스포츠가 무엇인지, 재미가 무엇인지 등 보다 원초적인 관점에서 e스포츠를 학문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인천에서 있었던 롤드컵 결승과 광안리 대첩이다.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첫 행사에 약 12만 명의 관람객이 백사장을 메웠는데, 같은날 사직 구장에서 갱최된 관중 1만 5000명을 압도했다. 또 2018년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열린롤드컵 결승전은 유료 관중 4만명 시대를 열였다. 당시 결승전의 순 시청자 수는 9,960만 명으로 전년도 최고 순 시청자 수 기록인 8,000만 대비 무려 24.5% 증가했다.
그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영상이나 사진만 봐도 축구나 야구 경기를 압도할 만큼 대단했다.
책의 저자도 이 두 경기의 의미를 크게 봤다. 그리고 이렇게 e스포츠가 인기 있는 이유를 다각적인 각도로 풀어냈다. e스포츠의 인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재미는 어디서 오는걸까? 그것은 '대결'이라는 전통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는 것보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영화 '오징어 게임'에는 이런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 물론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재미 있다. 그런데 보는 것도 재미있다. e스포츠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것을 잘 입증한 사례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오락실에서 '갤러그'를 하며 11스테이지를 못 넘어가고 있었는데 22스테이지, 33스테이지를 손쉽게 넘기는 다른 이용자를 보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가지 못한 스테이지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열이었다. '대결'이라는 구도가 없었고, 직접 플레이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결'이 들어가면 더 재미있다. 오락실에서 한 자리에 앉아서 연속으로 몇 명의 격투게임 상대자들을 쓰러트리는 장면을 보노라면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 사람의 편이 되어 응원을 하게 되는 것. 그것이 오늘날 e스포츠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책은 이러한 e스포츠의 시작과 현재는 물론 학문적 방향성까지 잘 다루고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WCG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비용을들이면서 전세계에 e스포츠를 알리지 않았다면 한국이 e스포츠가 탄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삼성의 역할은 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장에 있는 교육적인 가치 부분이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에 이어 올림픽 정식 종목도 노리고 있는 e스포츠가 제대로 된 교육이 없다는 것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도 면목이 안 서는 일이다. 이 책은 그 방향성을 짚고 있다. 저자의 얘기대로 이 책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e스포츠가 무엇인지 개념을 잡고,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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