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용 게임기(콘솔)는 1970년대에 탄생해서 1983년 닌텐도 패밀리 컴퓨터를 통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는 조금 다르다. 국내는 가정용 게임기 보다는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비디오 게임이 성장했다. 1980년대 초반, 애플 2와 MSX 1, 2 같은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반면 콘솔 게임기는 그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국내 가정용 게임은 그렇게 컴퓨터 위주로 흘러갔다.
당시는 정품이 판매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국내 전자 기기 메카였던 종로의 세운상가에서 카피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판매되던 시절이다. 심지어 일부 대형 서점에서도 카피 게임을 판매됐다. 정품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은 전무했다.
당시 컴퓨터는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학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어야 즐기던 게임을 컴퓨터에서도 비슷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 2는 게임을 저장할 때 지금의 DVD, 혹은 블루레이 디스크가 아니라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했고 MSX는 주로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저장했다. 플로피 디스크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360KB의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었다. 반면 MSX는 8KB, 16KB 정도의 게임들을 카세트 테이프에 저장하면 5분 정도의 로딩을 거쳐 게임을 실행할 수 있었다. 
▲ 전 세계에 개인 PC 열풍을 불러왔던 애플 컴퓨터
▲5/25 인치 플로피 디스크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아마 199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는 MSX나 애플 2 둘 다 생소한 제품들일 것이다. MSX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롬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때문에 게임을 불법적으로 카피하기 위한 최적의 매체가 바로 카세트 테이프였다. 저렴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SX는 플로피 디스크가 비쌌고, 크게 대중화되지도 못했다. 애플 PC는 주로 조립품 형식으로 판매됐지만 MSX PC는 국내 대기업은 삼성전자, 대우전자, 금성전자(현 LG전자) 등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됐다.
당시 학생이나 컴퓨터 매니아들은 서로 플로피 디스크나 카세트 테이프를 교환하며 서로 게임을 카피하며 즐겼고, 이것이 불법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시 컴퓨터 잡지에서는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게임의 프로그램을 게재해 주었고 많은 어린이들은 잡지에 실린 프로그램을 직접 타이핑하면서 게임을 즐겼다. 
▲ MSX용으로 출시됐던 몽대륙 어드벤처
애플 2 PC는 주로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빠른 로딩과 서양식 게임들이 인기였다. 지금은 잊혀진 ‘울티마’ 시리즈나 ‘바즈 테일’ 같은 롤플레잉 게임부터 퍼즐 게임 ‘로드 런너’나 액션 게임 ‘가라테카’ 등이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반면 MSX PC는 주로 오락실에서 즐기던 ‘갤러그’를 시작으로 ‘트윈비’, ‘킹스 밸리’, ‘요술 나무’ 같은 액션, 슈팅 게임이 주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코나미와 남코는 최고의 인기 개발사였다.
그 후 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애플 2와 MSX 8비트 컴퓨터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16비트인 IBM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1989년, 문교부에서 교육용 PC로 지정하면서 IBM PC는 단번에 대세로 떠오른다. 주로 256 * 192 해상도를 갖던 8비트 PC와는 달리 640 * 480이라는 고해상도와 8Mhz라는 놀라운 속도의 CPU. 그리고 플로피 디스크 기본 탑재와 고급형 PC는 10MB, 혹은 20MB라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탑재했다. 물론 XT 보다 더 강력한 IBM AT 기종도 출시됐지만 고성능과 고가격으로 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던 제품은 아니었다. 또 IBM 호환 PC들은 대부분 흑백 그래픽 카드와 잡음 수준의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게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테트리스’ 같은 국민적인 퍼즐 게임을 통해 IBM 호환 PC들은 조금씩 게임기로서의 역할도 했다. 이 당시에도 대부분의 게임들은 정식 유통되지 않고, 용산 전자 상가 등지에서 카피로 판매했다. 물론 이때까지도 정품 게임, 정품 소프트웨어라는 개념도 잘 없던 시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