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래티직 캐피털(SC)이 배포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2025년 6월 말 시가총액은 1496억엔, 같은 해 3월 말 현금예금은 1366억엔. 시가총액의 91%가 현금 그 자체다. 이는 시장이 겅호의 미래 사업가치를 사실상 '제로'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주가치의 거의 전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예금의 가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2년 '퍼즐앤드래곤'을 출시한 이후 13년간 다음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이 참혹한 평가의 근본 원인이다. 올해 5월 출시한 '퍼즐앤드래곤 제로'조차 실적 회복에 기여할 만한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때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했던 겅호는 이제 완전한 '단발성 히트' 회사로 전락했다.
숫자는 더욱 잔혹하다. 과거 10년간 시가총액이 4567억엔에서 1496억엔으로 6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724억엔에서 174억엔으로 75% 급락했다. 2025년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 더 떨어졌다. 세계 게임 시장이 4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겅호만 홀로 추락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CEO 보상 구조다. 회사가 무너지는 10년간 모리시타 카즈키 사장의 보수는 오히려 2억1100만엔에서 3억2900만엔으로 56% 폭증했다. 이는 닌텐도 사장의 2억6300만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75% 줄고 보수는 56% 늘리는 기막힌 역설을 연출한 것이다.
아시아 최대 액티비스트 펀드 스트래티직캐피털(SC)이 11.01%의 지분을 바탕으로 모리시타 사장 해임을 요구하며 9월 24일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청구한 배경이다. SC는 겅호가 단발성 히트작만 내는 회사가 된 원인이 모리시타 사장이 다른 게임 크리에이터가 아닌 자신에게 게임 개발 전권을 맡긴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 14일 전 간부사원의 3억4600만엔 규모 부정 유용 사건이 터졌다. 해당 직원은 수년간 가짜 업무계약을 통해 2억4600만엔을 착복했다. 겅호는 2006년에도 게임마스터가 가상화폐를 부정하게 만들어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19년 만에 되풀이된 횡령 사건은 회사의 거버넌스가 근본적으로 무너져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진의 독립성도 의문이다. 사외이사 다나카 신씨는 닌텐도 출신으로 겅호의 중요 거래처와 연결되어 있고, 하라 에츠코씨는 겅호의 중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법률사무소 소속이다. 진정한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9월 24일 오전 10시 그랜드프린스호텔 신타카나와에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리시타 사장의 거취가 결정된다. 안건은 이사 해임 결의 요건을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낮추는 정관 변경과 모리시타 사장 해임 두 가지다.
흥미롭게도 회사 측도 정관 변경에는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SC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모리시타 사장 해임에는 강력히 반대하며 그가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가총액과 현금보유액이 거의 같다는 것은 시장이 겅호를 '게임회사'가 아닌 '현금 보관소'로 본다는 뜻이다. 게임 개발 역량, 브랜드 가치, 미래 성장 가능성 모든 것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된 상태다.
모리시타 사장은 8월부터 3개월간 기본보수를 30% 감액하며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13년간 쌓인 불신을 단시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겅호가 단발성 히트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게임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액티비스트의 압박에 굴복해 근본적 변화를 겪게 될지는 오직 9월 24일 주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