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에는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게임이 스스로 자폭하는 모습을 목격됐다. 

왜 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게임이 실패하는걸까? 과거에는 인기가 많았던 게임이라도 이제는 더 이상 시리즈가 제작되지 않는 게임도 있다. 유명 IP에서 순식간에 죽은 IP가 되기도 하며 신작이 나오지만 기대도가 확 낮아지기도 한다. 왜 기대작에서 몰락한 게임이 되는걸까? 몇 가지 원인을 짚어봤다.

사이버펑크
사이버펑크

 

◇ 허접한 완성도와 살충제가 필요할 정도의 벌레들

밀리터리 게임의 양대산맥인 ‘콜 오브 듀티 뱅가드’와 ‘배틀필드 2042’는 나란히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10여년 넘게 매년 신작을 출시되어 왔다. 그 말은 세계관만 바뀔 뿐 항상 비슷한 자기복제 게임이라고 평가해도 할말이 없다. 자유도는 거의 없는 일직선 레일로드 FPS 게임이기 때문에 항상 영화적인 연출과 게임 내내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파괴되고 무너지는 장면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콜 오브 듀티’는 수많은 시리즈가 제작됐지만 세계관을 바꾸며 꾸준하게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뱅가드’도 기존 시리즈의 방향성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연계성이 없는 과거 장면과 너무 짧은 캠페인 장면, 발전 없는 좀비 모드와 멀티플레이 모드가 문제였다. 

‘배틀필드 2042’는 수많은 버그와 밸런스 실패를 들 수 있다. ‘배틀필드 2042’는 비주얼적으로는 나무랄 곳이 없다. 멋진 배경과 디테일을 통해 실제 전장처럼 멋진 영상으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게임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분위기는 살아있지만 엉성한 레벨 디자인과 살충제가 필요한 수준의 벌레들, 그리고 엉성한 밸런스가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미 ‘배틀필드 5’도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에 두번 연속 팬을 배신했다. 다음 게임이 쉽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지금의 게임을 방치하고 차기작을 제작하면 ‘배틀필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기대감은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EA는 책임자를 교체하고 수많은 버그 해결을 약속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잘못하면 EA를 대표하는 FPS 게임이 관뚜껑을 닫게 생긴 상황인 것이다.

배틀필드 2042
배틀필드 2042

 

‘GTA 트릴로지 리마스터’ 역시 비슷하다. 20년 전 게임을 리마스터하려면 성의있게 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게임이 됐다. 오죽하면 리마스터 출시전 과거 원작 게임 판매를 중단했다가 다시 판매를 했을까?

이 게임 역시 각종 기발한 버그와 성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리마스터 작업을 담당한 그로브 스트릿 게임즈는 이번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다. 2년여 동안 리마스터 작업을 했다고 밝혔지만 결과물은 충격과 공포의 연속이다.

이 게임 역시 ‘배틀필드 2042’와 함께 누가 많은 벌레를 잡았는지 경쟁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엉성한 완성도 덕분에 ‘GTA’ 시리즈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락스타가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관리를 엉망으로 했기 때문에 락스타 역시 책임이 있다. 만약 락스타가 제작한 ‘GTA’ 차기작이 기대 이하라면 ‘GTA’ 역시 시리즈의 막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 게임 외에도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역시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 출시 이후 블리자드는 세계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위쳐’ 시리즈로 좋은 평가만 받던 CDPR역시 ‘사이버펑크 2077’의 부실한 완성도로 좋았던 회사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렇게 엉성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출시되는 것은 관리 부실이나 무리한 일정이 뒤따른다. 보통 연말 시즌에 맞춰, 혹은 영화를 IP로 한 경우는 영화 개봉에 맞춰 출시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 당연히 완성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를 IP로 사용한 게임 중에 평작 혹은 졸작이 많은 이유다.

 

◇ 특정 사상을 강조하는 게임

‘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지키고 페미니스트는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다’

이 문구는 놀랍게도 밀리터리 FPS 게임 ‘배틀필드 5’ 공개 당시에 나온 말이다. 왜 게임에서 이러한 사상을 봐야 할까? 더군다나 ‘배틀필드’는 전쟁 게임인데?

대다수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냥 게임이 좋아서,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서, 경쟁하고 협력하며 즐기기 위해 게임을 구입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사상이 게임에 하나 둘 스며들기 시작했다.

게임에 이런 사상이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 사상이 아무리 올바른 것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해당 사상을 좋아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반감을 살 뿐이다. 좋은 사상이라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되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쟁 게임에 반전 사상을 넣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페미 사상을 주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을 지적하는 플레이어에게 개발진은 막말과 비난을 하며 논란을 키웠다. ‘배틀필드 5’는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며 명작 IP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후속작인 ‘배틀필드 2042’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는 없다고 발표했다.

플레이스테이션 3 후반부에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는 명작 게임으로 칭송받는 게임이다. 그래서 2탄에 대한 기대도 한없이 높아만 갔다. 하지만 게임이 출시된 이후 플레이어들은 악평을 쏟아냈다. 그 이유는 너무 막 나간 설정과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 : 정치적 올바름) 사상 때문이다.

2편은 애비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게임 구성 역시 자연스러운 스토리보다 PC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엘리의 동성애나 게임 내내 무지개 표시를 통해 성소수자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2탄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하지만 굉장한 비난을 받았다. 두터운 팬이 많았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비난도 컸고 게임 출시 이후 급격하게 덤핑 판매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오버워치’도 멀쩡한 캐릭터에 갑자기 동성애자라는 설정을 공개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엘리의 동성애나 게임 내내 무지개 표시를 통해 성소수자를 강조한 ‘라스트 오브 어스2’
엘리의 동성애나 게임 내내 무지개 표시를 통해 성소수자를 강조한 ‘라스트 오브 어스2’

 

◇ 너무 심한 DLC와 과도한 추가 과금

과한 DLC 남발과 추가 과금 역시 게임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과거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은 캡콤에서 1편, 남코에서 1편씩 제작하기로 했지만 남코가 제작한 게임은 결국 출시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캡콤이 출시한 ‘스트리트 X 철권’이 비난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은 아닐까?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12명의 캐릭터를 DLC로 제공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미 게임 디스크 안에 12명의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고 DLC 구매를 통해 언락하는 방식이었다. 즉 이미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유료 과금을 통해 해제하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커다란 논란이 됐다. 결국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게임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덤핑이 되고 말았다. 이 게임의 저조한 판매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남코가 제작한 게임은 결국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다.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

 

한편 EA가 2015년에 출시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스타워즈’ 원작 IP의 인기와 맞물려 공개당시부터 굉장한 화제가 됐다. ‘배틀필드’의 다이스가 제작을 담당한다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었다. 최신 PC와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원으로 표현된 그래픽은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멋졌고 이에 ‘스타워즈’ 덕후들은 크게 흥분했다.

하지만 이 게임도 출시 이후 큰 논란을 불러왔다. 일단 게임 분량이 너무 적었다. 소수 멀티플레이 맵 몇 개만 있고 싱글 플레이 요소는 전혀 없었다. 너무 적은 분량과는 달리 가격은 비쌌다. 여기에 멀티플레이용 추가맵은 유료 DLC로 판매까지 했다. 적은 분량의 콘텐츠와 추가 DLC는 덕후들을 화나게 만들었고 이 게임 역시 출시 이후 곧바로 덤핑됐다. 정가를 주고 산 플레이어들은 모두 바보가 됐다.

EA는 이 게임 이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를 2017년에 출시했다. 싱글 캠페인도 있고 멀티플레이도 가능한 등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싱글 캠페인은 5-6시간 분량으로 짧았고 퀄리티 역시 좋지 않았다. 또한 유료 결제를 통해 캐릭터를 언락해야 하거나 강화를 위한 뽑기 아이템 도 논란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등 악질적인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며 비난을 받았다. EA는 비난에 사과하고 수정을 약속했지만 덕후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판매량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EA는 지금까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시리즈의 신작을 제작하지 않았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

 

대작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게임회사들은 높아진 개발비를 만회할 장치로 DLC 등을 플레이어에게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위쳐 3’ 같은 모범적인 DLC도 있는 반면 말도 안되는 수준의 DLC도 많기 때문이다. 게임 가격을 더 높이지 못하니 DLC와 시즌패스를 통해 추가과금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플레이어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이 되지 않으면 비난을 받기 일쑤고 오히려 게임의 기대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 글을 마치며….

실사를 방불케 하는 게임들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됐다. 독창적인 소재, 멋진 세계관, 멋진 캐릭터, 멋진 배경, 멋진 애니메이션,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 멋진 연출, 멋진 카메라 구성, 멋진 이벤트 장면, 멋진 사운드, 여기에 놀라운 게임 플레이 경험까지.

그래서 게임 개발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잘 만든 게임이 탄생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도 잘 만든 게임인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100%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외면을 받고 비난을 받는 것은 아주 쉽다. 맹비난을 받은 게임들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회사들은 게임을 제작, 출시하기 전에 사업적인 시각만이 아닌 사용자의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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