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초반, 갑자기 등장한 ‘번아웃’이라는 화끈한 레이싱 게임이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랩타입을 겨루거나 순위를 겨루는 것이 목표였다면 ‘번아웃’은 자동차끼리의 충돌이나 파괴를 목표로 하는 이색 게임이었고,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번아웃’을 개발한 크라이테리온이 제작한 ‘니드 포 스피드’가 바로 ‘니드 포 스피드 핫 퍼슈트’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해 보면 ‘번아웃’의 느낌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출시됐던 이 게임이 다시 부활했다.
‘니드 포 스피드 핫 퍼슈트’의 핵심은 커리어 모드다. 커리어 모드는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새로운 차량을 얻고, 경험치를 쌓으며, 새로운 미션을 개방시킬 수 있다. 그리고 커리어 모드의 미션은 크게 레이서 이벤트와 경찰 이벤트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의 레이싱 코스는 레이싱 트랙이 아니라 일반적인 도로를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트랙 레이스와는 달리 숏 컷 같은 지름길도 존재한다. 도로 위에 레이서와 경찰이 등장하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은 크게 과속을 하며 경찰을 따돌리는 레이서와 이를 잡는 경찰의 추격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드 이외에도 순위 경쟁이나 랩 타임을 겨루는 일반적인 규칙도 준비되어 있다.
▲ 굉장한 박력과 스피드감을 느껴봐!
레이서 모드는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고 경주에서 승리하는 핫 퍼슈트, 그리고 경찰 추격을 따돌리며 타임 어택을 진행하는 건틀릿, 1 대 1로 승부를 겨루는 듀얼, 그리고 일반적인 레이스와 타임 트라이얼이 있다. 경찰 모드는 레이서 차량을 전복시키는 핫 퍼슈트, 레이서를 빨리 전복시켜야 하는 인터셉터,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목적지까지 타임어택하는 래피드 리스폰스 등이 있다.
물론 조작은 시뮬레이션적인 것을 강조하는 ‘그란투리스모’나 ‘프로젝트 카스’ 보다 훨씬 아케이드적이며, 섬세하고 정확한 콘트롤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복잡한 튜닝도 없고, 간단하게 차량의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이 게임은 철저하게 아케이드적이며, 복잡한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 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부 모드는 장비를 사용할 수도 있다. 레이서나 경찰에 따라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경찰은 로드블록으로 길을 봉쇄한다거나 헬리콥터가 추격하며 스파이크 스트립을 설치하기도 한다. 레이서는 재머를 통해 스파이크 스트립이나 EMP 공격을 무력화하거나 터보를 통해 굉장한 스피드로 추격을 따돌릴 수도 있다. 이러한 특수한 장비 이외에도 주행을 하면 니트로 게이지가 천천히 쌓이고, 이를 사용하여 더 빠르게 가속할 수도 있다. 니트로는 주로 직선 코스에서 잘 활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 상대방을 추월하거나 따돌려야 한다.
▲ 영회 속 자동차 추격 장면 이상의 살 떨림을 즐길 수 있다
그래픽은 생각보다 발전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원작이 10년 전 게임이고, 플레이스테이션 3로 발매됐기 때문에 일부분에서 좀더 세밀한 부분은 있지만 크게 눈에 띌 정도로 발전은 없다. 새로 추가된 배경 오브젝트 정도가 있을까? 특히 빠른 스피드로 인해 배경이나 전반적인 그래픽을 세밀하게 관찰하기도 어려운 게임이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나 엑스박스 원 X로 플레이할 경우는 4K 해상도나 혹은 60프레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매의 눈이 아니라면 원작에 비해 커다란 변화가 없어 보이며, 이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마스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멋진 자연 풍경의 배경과 기상 환경, 그리고 그에 따른 멋진 연출은 상당히 멋지다. 참고로 리마스터에서 새로 추가된 것은 카메라 모드와 수집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차고 정도가 있다.
새롭게 추가된 요소나 그래픽 강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게임 자체는 여전히 시원 시원하고 박력넘치며 재미있다. 과거 DLC도 포함되어 있어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며, 멀티 플레이는 크로스플랫폼이 가능하다. 이 게임은 ‘니드 포 스피드’ 보다는 ‘번 아웃’ 느낌이 강하고 압도적인 스피드감과 영화에서나 볼만한 짜릿한 추격 장면을 통해 굉장한 스릴감을 선사한다. 원작에 비해 크게 발전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원작이 그만큼 잘 만들어졌던 게임이었다. 아쉬운 점은 다만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일부 차량이 삭제된 것과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좀더 저렴하게 판매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요 녀석 잡았다!
▲ 포토 모드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