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없는 MMORPG가 매출 1위?...모비노기가 깬 '리니지 공식'

-과금 압박도, PK도, 레이드 경쟁도 없다. 그런데 구글 매출 1위 -국내 MMORPG 시장의 20년 공식을 뒤집은 '마비노기 모바일'의 역설 -전투 대신 낚시, 레이드 대신 캠프파이어

2025-10-21     이재덕 기자
마비노기 모바일 /넥슨

지난 10월 5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위에 예상 밖의 게임이 올랐다.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다. 출시 6개월 만의 쾌거지만, 더 놀라운 건 이 게임이 1위에 오른 '방식'이다.

국내 MMORPG 상위권을 장악한 게임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리니지M, RF 온라인 넥스트처럼 치열한 PvP(플레이어 간 전투), 레이드 경쟁, 과금을 통한 전투력 상승이 핵심이다. 이른바 '리니지 공식'이다. 

그런데 마비노기 모바일은 다르다. 일체의 PvP를 배제해 유저 간 경쟁 대신 협력을 유도하고 있으며, 캠프파이어와 연주, 제작 등 비전투 콘텐츠를 생략 없이 재현했다. 대신 유저들은 티르코네일 광장에서 낚시를 하거나, 친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마비노기 모바일에 없는 것, 그리고 마비노기 모바일에만 있는 것 /센서타워

 

한 이용자는 커뮤니티 만렙 후기에서 "첫날에는 이게 뭐지 했다가 둘째 날에는 나쁘지 않은데였고, 지금은 꽤 재미있다로 변했다."면서 "이거 과금 안 하면 뒤쳐질 건데 과금 안 할거야' 일변도의 모바일 MMORPG만 보다가 느긋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나온듯하다."고 평가했다. 

65렙 이용자의 만렙 후기 /클리앙

 

"과금 안 해도 즐겁다"는 역설의 성공

더 놀라운 건 수익 모델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BM은 페이 투 윈(Pay to Win) 요소가 사실상 없고, 애초에 PK나 전쟁 같은 무한 경쟁 요소도 없다. 과금 구조는 대부분 캐릭터 외형을 꾸미는 의상과 펫이 매출의 주축이다. 캐릭터 성장은 인게임 재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며, 최고 등급 장비나 룬도 무과금 유저가 꾸준한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 마비노기 온라인 원작 유저는 "원작을 했던 유저라면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서 충분히 즐길 만하고, 신규 유저라면 귀엽고 따뜻한 감성의 MMORPG를 찾는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평했다.

마비노기 모바일 공식 채널,  '마비노기 모바일 신규 클래스 계열 '도적' UPDATE' 갈무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마비노기 모바일의 전체 유저 중 20~30대가 80%를 차지한다. 이들은 기존 MMORPG 유저층인 3040 남성과는 확연히 다르다. 남녀 성비도 53.66%:46.34%로, 국내 MMORPG 중 가장 균형 잡힌 구성이다.

20대 전체 모바일 게임 MAU 순위

 

결과는 명확했다. 출시 12일 만에 DAU(일일 활성 이용자) 33만을 돌파했고, 대부분의 게임이 출시 후 하락세를 그리는 것과 달리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4월에는 구글 플레이 매출 3위, 10월에는 1위까지 올랐다.

마비노기 모바일 매출 순위 변화. 21일 현재도 구글 톱10을 지키고 있다 /앱애니

 

리니지라이크 피로감, 대안은 힐링이었다

업계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성공을 '시장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비노기 모바일 DAU가 놀라운 수준으로 급등했다. 게임 특성상 쉬는 날 천천히 시작하는 라이트 유저가 많고, 실제 유저 평가가 외부 예상보다 준수하게 나오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마비노기 모바일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마비노기 모바일 커뮤니티를 보면 '공략'보다 '인생샷' 인증이 더 많다.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찍은 스크린샷을 SNS처럼 공유하고, 의상 코디를 자랑하며, 친구와 함께한 순간을 기록한다.

마비노기는 RPG고 패션은 RPG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넥슨도 이를 정확히 파악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성수동에서 진행된 '모험가의 기록 전(展)' 팝업은 유저들이 직접 찍은 스크린샷으로 채워졌다. 게임사가 아닌, 유저가 만든 콘텐츠로 전시를 구성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저들이 직접 찍은 스크린샷 액자들이다. 지난 7월, 100일 기념 이벤트를 통해 모집한 사진들이 주제별로 배치됐다. 티르코네일 중앙광장이나 이멘마하, 콜헨 등 게임 속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길드원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친구와 연주를 즐기던 모습, 펫과 함께한 일상의 한 장면까지, 각자의 추억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데브캣 김동건 대표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이 가진 특유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성수동에서 진행된 '모험가의 기록 전(展)' 팝업은 유저들이 직접 찍은 스크린샷으로 채워졌다.

 

물론 마비노기 모바일이 완벽한 건 아니다. 출시 초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있었고, 콘텐츠 속도에 대한 불만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게임이 '다른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경쟁과 과금 압박으로 점철된 MMORPG 시장에서, 힐링과 소통을 내세운 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 리니지가 만든 공식이 20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그 균열의 시작일지 모른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10월 21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6위다. 넥슨은 분기별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클래스, 지역, 스토리를 지속 추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