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키텍트, 한국형 MMORPG의 새 기준이 될까

2025-09-22     김태현 기자
'아키텍트' /드림에이지

 

드림에이지가 아쿠아트리와 함께 개발한 신작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이 오는 10월 22일, 모바일과 PC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된다. 하반기 한국 게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게임은 최근 온라인 쇼케이스 '아키팩트'를 통해 핵심 콘텐츠와 운영 철학을 공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2025년 국내 MMORPG 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점에서 아키텍트만의 차별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반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가 출격을 대기중인 상황이고, 동시에 기출시된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나 넷마블의 'RF 온라인 넥스트'와 '뱀피르', 컴투스의 '더 스타라이트' 등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키텍트 쇼케이스 / 아키텍트 공식 채널 갈무리

아키텍트가 제시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단일 채널 기반의 심리스 월드다. 모든 이용자가 하나의 세계에 모여 상호작용하는 구조는 기술적 난도가 높아 그동안 국내외 대다수 MMORPG가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이다. 개발진은 이를 통해 채널 구분에 따른 단절감을 없애고, 이용자가 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적 플레이'를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서버 부하와 트래픽 관리 측면에서 높은 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출시 이후 실시간 성능과 최적화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키텍트 쇼케이스 / 아키텍트 공식 채널 갈무리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범람'과 '대범람'으로 요약된다. 범람은 필드 곳곳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PvE 이벤트이며, 대범람은 하루 한 차례 월드 전역을 뒤덮는 대규모 이벤트로 진행된다. 대범람의 난이도와 보상은 그날그날 이용자들이 클리어한 범람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서버 단위의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유발된다. 단순히 보상을 위한 참여를 넘어, 이용자가 직접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주체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이벤트-세계-유저' 간 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탐험과 모험 요소도 적극적으로 배치됐다. 버려진 땅을 밝히는 탐험, 활강·비행 시스템을 활용한 이동, 5인 협력 던전 '균열', 필드 거인의 탑과 같은 거대한 오브젝트 공략, 클랜 단위 경쟁인 신석 점령전 등이 준비됐다. 단순 반복 사냥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전략적 선택과 협력, 몰입을 강화하는 방향을 추구한 셈이다. 이러한 설계는 최근 국내 MMORPG가 직면한 '과도한 자동화'와 '노가다형 구조'에 대한 반발 심리를 의식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아키텍트 쇼케이스 / 아키텍트 공식 채널 갈무리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개발진은 '무과금·소과금 유저도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강조하며, 억지 구매보다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확률형 상품에는 '천장 시스템'과 '보조 확률 상승'이 도입돼 어느 시점부터 보정이 적용되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다. 더불어 범람·대범람 콘텐츠 보상으로 뽑기 티켓이나 코스튬 등을 획득할 수 있게 설계돼, 플레이 자체가 곧 보상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무과금 이용자에게도 동기를 제공하고, 과금 유저와의 간극을 일정 부분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적 도전도 만만치 않다. 단일 채널 구조는 대규모 접속 환경에서 지연 현상이나 렉 문제로 직결될 수 있으며, 모바일·PC 크로스 플랫폼 지원 역시 다양한 사양에서 안정적 플레이를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개발진은 기기별 그래픽 옵션 세분화, 서버 아키텍처 최적화 등을 통해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키텍트 쇼케이스 / 아키텍트 공식 채널 갈무리

게임 시장에서 아키텍트의 등장은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최근 몇 년간 국내 MMORPG 시장은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구조적 유사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키텍트는 심리스 월드, 실시간 이벤트 중심의 설계, 과금 완화 시도 등을 통해 기존 문법을 일부 벗어나려 하고 있다. 특히 '이용자 주도형 이벤트'와 '납득 가능한 과금 구조'를 내세운 점은, MMORPG 본연의 몰입과 사회적 경험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방대한 콘텐츠의 양과 업데이트 주기, 서버 안정성, 초기 이용자 경험 품질이 향후 체류율을 결정할 것이다. 또한 과금 구조가 실제 플레이 환경에서 이용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기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미 지스타와 티징 영상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했고, 사전등록 이벤트로 흥행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출시 후 평가가 긍정적이지 못하다면 초반 상승세는 빠르게 꺾일 수 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 /위메이드
'더 스타라이트' /컴투스

특히 올해 국내에서 연이어 출시된 모바일 MMORPG들과 비교하면 아키텍트의 방향성이 뚜렷하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전통적인 전투와 성장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을 채용함과 동시에 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를 앞세워 이용자 층을 공략했다면, ‘더 스타라이트’는 멀티버스 세계관과 과감한 BM 실험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RF 온라인 넥스트 / 넷마블
'뱀피르' /넷마블

넷마블의 ‘RF 온라인 넥스트’와 '뱀피르'의 경우 기존에 탄탄하게 세워진 세계관, 혹은 새로운 다크판타지 세계관을 강조하며 대규모 PvP나 전장 중심 경쟁을 전면에 세웠다. 

반면 아키텍트는 단일 채널 심리스 월드와 실시간 PvE 이벤트라는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용자 경험의 연속성과 공동체적 몰입을 강조한다. 다른 작품들이 친숙한 전투 구조나 대규모 전쟁의 스펙터클을 강화하는 가운데, 아키텍트는 “모두가 같은 세계에 존재한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차별화된 시장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출시까지 한 달여를 남긴 시점에서,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이 내세운 약속들이 실제 서비스에서 얼마나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MMORPG 장르가 한국 게임 시장에서 여전히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작품은 단순한 신작 그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의 선택과 피드백이 곧 게임의 운명을 가를 것이며, 아키텍트가 한국 MMORPG 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