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30% 너무 높아"...스팀(STEAM)도 집단 소송 시작

2025-07-30     이재덕 기자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구글에 이어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밸브(Valve)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게임 개발자들에게 밸브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참여 안내서가 잇따라 발송되면서 게임 업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일본과 중국 등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밸브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집단소송한다는 안내서가 이메일이나 국제우편으로 도착했다. 이 통지서는 2017년 1월 28일부터 2024년 11월 25일까지 스팀에서 게임을 판매하고 밸브에 수수료를 지급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발송됐다.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받았다는 스팀 소송 관련 고지문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집단소송이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9월 2일까지 불참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집단소송의 원고로 참여하게 되는 구조다. 만약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 같은 문제로 밸브를 별도로 소송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9월 2일까지 불참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집단소송의 원고로 참여하게 되는 구조다. 

 

소송의 핵심은 밸브가 디지털 PC게임 유통시장에서 경쟁을 억제하고 통상보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스팀은 게임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징수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표준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번 소송은 2021년 4월 오버그로스(Overgrowth)의 개발사 울파이어 게임즈(Wolfire Games)가 밸브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법 소송에서 비롯됐다. 당시 울파이어는 PC게임의 75%가 스팀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엄청나게 높은) 밸브의 30% 수수료가 업계 혁신을 방해하며, 반경쟁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개발자들은 이번 집단소송 통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개발자는 "갑작스럽게 도착한 이 통지서에 대해 사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개인정보 탈취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소송에 참여함으로써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지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게임와이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나와 있는 앤지언 그룹(Angeion Group)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법률 통지 및 합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적인 회사다. 주요 서비스는 집단 소송, 대규모 불법 행위(Mass Tort), 파산(Bankruptcy), 소송 지원(Litigation Support) 등의 내용을 다룬다. 

공식 FAQ에 따르면 승소하거나 화해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패소할 경우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패소 시에도 금전적 부담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위더피플이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진행중인 집단 조정 내용과 동일하다. 

앤지언 그룹(Angeion Group) 최고운영책임자 데릭 버로스

 

한편 국내에서도 위더피플 법률사무소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미국 집단조정 참여를 위한 모집에 나서고 있다. 위더피플은 지난 4월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에 '인앱 피해 공정대응 사무국'을 출범하고 국내 앱개발사들의 집단조정 절차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위더피플에 따르면 현재 150여 개의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집단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반독점 전문 로펌인 하우스펠드(Hausfeld LLP)와 공동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참여 업체들은 별도의 소송비용 부담 없이 집단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더피플 법률사무소 이영기 변호사

 

실제로 국내 P게임사는 지난 5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구글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스팀 집단소송과 게임사들의 구글·애플 집단조정 움직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은 최근 미국에서 앱스토어 독점을 이유로 한 집단소송에서 패소하며 약 7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30% 수수료 정책이 오랫동안 업계 표준처럼 여겨져 왔지만, 최근 각국에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이 잇따르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밸브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향후 법정에서의 공방이 주목된다.

"수수료 30% 너무 높아" 스팀 집단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