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해결사는 페이커....T1, 홈그라운드에서 젠지 27연승 박살

2025-07-28     정지우 기자

2025 LCK에서 무적의 행진을 이어가던 젠지의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T1이었다.

젠지는 2025 LCK 개막 이후 한 번도 패배의 쓴맛을 보지 않으며 LCK 기준 20연승, 국제대회 포함 27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MSI 우승부터 이스포츠 월드컵까지 연이은 정상 등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23일,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27연승 고지에 올랐던 젠지. 이들의 연승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 세계 LoL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2025 LCK 3라운드 팀 순위 /LCK

 

25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T1 홈그라운드'는 그야말로 운명의 무대였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T1과 무적의 젠지가 맞붙는 카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1세트, 젠지는 왜 그들이 27연승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완벽한 스킬 연계와 압도적인 팀파이트로 T1을 완전히 제압하며 선승을 가져갔다. 젠지의 28연승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T1은 달랐다. 2세트부터 진정한 반격이 시작됐다. 2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페이커의 아지르가 선보인 환상적인 황제의 진영은 젠지의 진형을 완전히 붕괴시켰고, T1은 기세를 되찾으며 세트 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결정적인 3세트에서도 T1의 각성은 계속됐다. 초반 상단 포탑 다이브를 성공시킨 T1은 중앙 대치 상황에서 '도란' 최현준의 그라가스가 술통 폭발로 젠지의 핵심 챔피언들을 끌어오는 신의 한 수를 선보였다.

T1의 승리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무적으로 여겨졌던 젠지의 연승 행진을 막아낸 것은 바로 그들의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것이다. MSI에서 젠지에게 두 번이나 무릎을 꿇었던 T1이 홈그라운드에서 설욕을 이뤄낸 셈이다.

T1-젠지 경기 갈무리 /T1
T1-젠지 경기 갈무리 /T1

 

27일에는 농심 레드포스까지 2-0으로 완파하며 3라운드 1주차를 2전 전승으로 마감한 T1. 특히 페이커는 농심 레드포스와의 1세트에서 LCK 역사상 최초로 3,500킬 고지에 오르는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연승은 끊어졌지만 젠지 역시 이번 주에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23일 경기 승리로 2025 LCK 플레이오프 출전을 확정함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LoL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손에 넣었다. MSI 우승으로 이미 월드 챔피언십 직행권을 확보했던 상황에서 한 발 더 빠르게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확정지은 것이다.

3라운드부터 레전드 그룹과 라이즈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LCK에서는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라이즈 그룹에서는 OK저축은행 브리온이 디플러스 기아와 DRX를 연달아 꺾으며 2전 전승을 달성해 파란을 예고했다. 특히 '크로코' 김동범의 신 짜오와 트런들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1주차에는 두 차례의 펜타킬도 나왔다. 23일 '룰러' 박재혁이 LCK 개인 통산 7번째 펜타킬을 달성하며 단독 1위에 올랐고, 26일에는 '바이퍼' 박도현이 역대 LCK 95번째 펜타킬을 작성했다.

젠지의 27연승이 T1의 손에 의해 저물었지만, 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연 T1이 이 기세를 몰아 젠지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젠지가 다시 한번 왕좌를 굳건히 지킬지. 2025 LCK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