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 11년, 국내 슈팅게임 장르의 변천사

2025-05-13     김태현 기자
배틀그라운드 / 크래프톤

 

지난 11년간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슈팅게임(FPS, TPS, 루트슈터, 배틀로얄, 생존 크래프팅 등) 장르는 형태와 전략, 플랫폼을 바꾸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전통적인 1인칭 슈터에서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형태까지, 슈팅게임은 여전히 게이머의 손끝을 긴장시키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넥슨, '서든어택' 쇼케이스에서 ‘2025 시즌2 브레이크아웃’ 계획 공개 / 넥슨

 

2010년대 초반까지, 국산 FPS는 PC방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은 국내 슈팅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다. 장르 자체가 하락세를 맞이했지만, 그중 ‘서든어택’은 그 인기를 꾸준히 유지해 나가고 있으며 꾸준한 리뉴얼과 e스포츠 대회 개최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캐릭터 스킨 및 시즌 콘텐츠로 유저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2018 오버워치 리그 결승전

 

이후 2016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등장하며 국산 FPS 중심의 시장은 급격한 전환기를 맞는다. 캐릭터 기반의 하이퍼 FPS라는 새로운 형태는 국내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잠시 넘어서기도 했다. 오버워치는 단순한 FPS를 넘어 ‘서사’, ‘역할군’, ‘협업’을 강조하는 팀 슈팅게임으로서 국내 시장의 슈팅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e스포츠 리그 또한 활발히 운영됐고, 초창기 국내 중계진들의 호평 속에 관련 콘텐츠 산업도 확장됐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번지
익스트랙션(Extraction) 장르를 개척한 타르코프

 

같은 시기, 해외에서는 장르 혼종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루트 기반 전투와 RPG 요소를 결합한 ‘디비전’, ‘데스티니’ 등의 시리즈가 등장하며 ‘루트슈터’라는 장르가 대두됐고, 리얼리즘 기반의 생존 크래프팅 FPS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틈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넥슨은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의 시즌2 두 번째 에피소드 ‘보이드 너머(Beyond The Void)’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들 게임은 스트리머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이후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같은 국산 루트슈터의 실험으로 이어졌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세련된 그래픽과 대형 몬스터 레이드 등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정식 출시 전 베타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글로벌 유저 수를 확보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디스테라' /카카오게임즈

 

또한, 크래프팅 중심 생존 FPS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작도 등장했다. 리얼리즘 기반의 생존 슈터 ‘디스테라’는 현실적인 자원 채집과 제작 요소, 탄도 계산이 반영된 전투 시스템으로 주목받았으며, 해외 생존 FPS 팬층을 겨냥한 차세대 크래프팅 슈터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2주만에 1천만 이용자를 달성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2017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슈팅게임 역사의 분수령이 된다. 100명의 유저가 하나의 전장에 떨어져 마지막 생존자를 가리는 이 배틀로얄 게임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게임의 글로벌 대중성을 입증했다.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기업 상장과 스트리밍 문화 대중화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등 유수의 배틀로얄 작품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배틀그라운드 PC방 흥행 이후 다양한 팬 커뮤니티와 공식 대회가 운영되며, 슈팅과 서바이벌의 대중적 결합 모델로 인정받았다.

넥슨은 21일,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팀 기반 FPS 게임 ‘더 파이널스’의 신규 시즌6 ‘RISING STARS’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베일드 엑스퍼트’ /넥슨

 

국산 슈팅게임들의 실험도 활발해졌다. 넥슨게임즈의 '베일드 엑스퍼트'는 전략적 팀플레이 기반의 하이브리드 TPS로서 커스터마이징된 전장 환경과 빠른 전투 템포로 주목받았으나, 2023년 11월 14일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원더피플의 '슈퍼피플', 로얄크로우의 '크로우즈' 등은 배틀로얄 장르에 RPG 요소 혹은 택티컬 전투를 결합한 시도로 주목받았으며, 최근 넥슨이 글로벌 론칭한 '더 파이널스'는 파괴 가능한 맵과 역동적인 액션 연출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어센드

 

이어 ‘발로란트’의 등장으로 전술 기반 FPS가 부활했다. 타이틀은 전술성과 팀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계열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오버워치의 캐릭터성과 궁극기 시스템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랜 기간 리그 오브 레전드로 다져온 세계관 확장력과 e스포츠 운영 능력을 ‘발로란트’에도 적용했고, 국내외에서 빠르게 프로 리그를 정착시켰다. 한편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경우 한국에서는 마니아 위주로만 흥행했으나, 글로벌 e스포츠 타이틀로 자리를 잡으며 전술 슈팅 장르의 생명력을 입증했다.

언던 / 텐센트

 

동시에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졌다. 콘솔-PC 간 크로스플레이는 기본으로 자리 잡았고, 슈팅게임들도 점차 콘솔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13년 출시된 ‘데이즈’, ‘러스트’ 등에서 영감을 받은 생존 크래프팅 장르에서는 타르코프류 게임의 유입과 함께, ‘언던’ 같은 도전작이 이어지며 슈팅이라는 틀 안에서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르의 특징은 느린 템포, 실사 그래픽, 사실적인 자원 관리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총격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있다.

원스휴먼 /스타리 스튜디오
승리의 여신 니케 /게임와이DB

 

이러한 경계 허물기와 혼종화의 흐름 속에서, 현재 국내외 게임사들은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며 한국 시장에 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NHN의 ‘다키스트데이즈’는 슈팅 액션과 어두운 디스토피아 서사, 생존을 결합한 형태로 국산 TPS 도전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서브컬처 기반 미소녀 게임의 형식을 빌리되, 슈팅 메커니즘을 결합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장르 외피를 넘어선 슈팅 요소의 융합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최근 이슈가 된 '원스휴먼'은 중국 넷이즈게임즈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국내 유저층 사이에서도 생존-오픈월드-하우징-TPS라는 접목의 실험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키스트 데이즈 /게임와이 촬영

 

지난 11년간의 슈팅게임은 단순히 ‘조준하고 쏘는’ 장르를 넘어섰다. 슈팅은 이제 RPG, 전략, 생존, 협동 등 다채로운 요소와 융합되며 장르 혼종화의 선봉에 섰다. 그 과정에서 e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 다양화 등 산업 전반의 흐름과 맞물려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그리고 그 진화의 한가운데에는 한국 게임 시장의 민감한 수용성과 개발력, 그리고 끊임없는 장르 실험이 자리하고 있다. 향후에도 슈팅게임은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진화해갈 것이며, 그 흐름을 주도할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