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전재학 디렉터 “오랜 기간 쌓인 문제”…로아, 경제·피로도·성장 구조 전면 개편 예고
스마일게이트RPG가 ‘로스트아크’의 게임 구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계획을 내놨다. 4월 30일 오후 7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전재학 디렉터는 “우리도 로스트 아크가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이용자 민심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과와 함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향후 개선 방향을 밝혔다.
이번 발표는 단기적인 이벤트성 보완이 아닌,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개편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간 누적되어온 문제들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성장·경제·피로도·밸런스 등 게임 전 영역에 걸쳐 전면적인 재정비를 예고했다.
먼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인게임 경제 문제에 대해 전 디렉터는 “전체적인 생산과 소비가 모두 침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닌, 시즌3 도입과 함께 성장 곡선을 급격히 열어젖히며 발생한 장기 누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단기 대응 중심의 운영 기조가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단기 조치로는 '골두껍이' 이벤트가 시작된다. 이 골드 보상형 콘텐츠는 1720레벨 이상 캐릭터 기준 주 6회까지, 이벤트 기간 동안 총 24회 참여가 가능하다. 약 2만 골드 규모의 보상이 제공되며, 유물 각인 아이템도 함께 획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캐릭터 귀속 골드를 도입해 수급 구조를 다변화한다. 기존 원정대 귀속과는 달리 캐릭터 단위로 귀속되는 골드로, 부캐릭터 육성이나 복귀자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름 업데이트를 통해 대량 지급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공지를 통해 공개된다.
가치가 큰 재화로 꼽히는 보석 시스템도 개편된다. 기존 보석은 캐릭터 귀속 보석으로 변환이 가능해지고, 변환 시 겁화, 작열(겁작)·스킬 변환 등이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일정 시간 동안은 즉시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쿨타임이 적용된다. 반대로 캐릭터 귀속 보석을 기존 보석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10단계 겁작과 10단계 겁작 간의 성능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되며, 기존 10겁 보유자에게는 도입 시점에 보석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이 주어진다.
레이드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피로도와 스트레스도 대폭 완화된다. 가장 먼저 카제로스 레이드에는 개인당 1회 부활 기능이 도입된다. 이는 실수로 인한 사망에 한해 허용되며, 전멸기 등 기믹성 죽음은 예외다. 적용 대상은 카제로스 레이드 서막~3막까지이며, 종막인 ‘더 퍼스트’는 노말 및 하드에서만 부활이 가능하다.
레이드 난이도 구조는 노말·하드 2원화 체계에서 벗어나 명확한 역할 구분이 도입된다. 하드는 도전과 학습을 중심으로 한 고난이도 콘텐츠, 노말은 진입장벽이 낮고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설계된다. 싱글 레이드나 더 퍼스트처럼 특수 난이도 콘텐츠도 꾸준히 출시된다. 또한 전반적인 기믹과 보스 체력량이 조정되어 시간 끌기 요소나 불쾌한 패턴은 단계적으로 제거될 예정이다.
성장 구조도 전면 재조정된다. 전재학 디렉터는 “지금 로스트아크의 성장은 재미있지 않다”고 단언하며, 파밍의 재미와 보상 흐름을 전제로 한 시스템 개편을 약속했다. 우선 1620 구간까지의 재련 비용이 완화되며, 효율이 낮고 관리가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던 트라이포드와 영웅 등급 각인은 삭제된다. 종막 레이드 구간에서는 계승 시스템 없이, 매주 성장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의 신규 파밍 구조가 적용된다.
레이드 콘텐츠 출시 주기도 변화한다. 엔드 콘텐츠는 연 2회 수준으로 조정하고, 그 외 간극은 강습형 레이드로 보완한다. 현재 진행 중인 강습형 콘텐츠는 4주 연장되며, 하드 난이도에서 등장하던 영웅 등급 보상은 제거된다.
수평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이어진다. 올 초 도입된 업적 콘텐츠 ‘삼라만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만큼, 카제로스 종막 이후 열릴 알데바란 대륙에서는 다양한 수평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한편, 커뮤니티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딜미터기 도입 요구에 대해 전 디렉터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딜미터기를 원하는 목소리는 게임의 피로도와 예민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미터기 도입보다는 근본적인 피로도 완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업 간 밸런스 조정도 예고됐다. 그간 지연되었던 서포터 클래스의 아크패시브 개선은 여름 예정된 신규 클래스 ‘여홀나’ 출시 시점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떠돌이 상인을 통한 전설 카드 수급처 확장, 아바타·펫·재련 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핫딜샵’ 운영 계획도 발표됐다. 마법소녀 콘셉트의 신규 아바타를 포함한 각종 상품이 포함된 핫딜 상점은 5월 1일부터 오픈된다. 과금 모델과 관련해서는 “‘엘라엘라’ 무기 과금은 오판이었다”고 인정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이날 방송에서 전 디렉터는 “로아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크라시아에 봄이 오면 좋겠다”고 말하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 계획 공유였지만, 게임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5월 중 추가 라이브 방송과 함께 구체적인 업데이트 일정과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방송은 세부 수치보다는 방향성에 방점이 찍힌 발표였다.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해 구조 자체를 개편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이제 로스트아크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