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기행 ③] “약혼, 결혼, 뜨밤, 아이까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제 그와의 데이트를 하고 키스까지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집에 와서 그의 택배까지 받았다. 하루가 지난 지금, 결혼까지 가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아이의 출산까지 가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데 인조이 기능 중에 인생을 뒤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충격적인 기능도 발견했다.
이른 아침, 너무 잠을 설쳤나? 일찍 깼다. 3배로 빨리 진행하는 방법을 알아서일까? 인조이에서의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 그래도 느린 것이 좋다. 1배속으로 진행한다.
일정을 보니 오늘 출근 일정이 없다. 중앙공원에 가는 일정만 있다. 아직 시간이 있는 것 같아 용변을 보고 잠을 좀 더 자고, 음식을 조금 먹어서 욕구를 채운 다음 길을 나선다. PC방을 들렸다. 그리고 천생연분을 불렀다. 그 전에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더니 안된다. 개발 중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은 개발 중이다. 직접 입력하는 것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어렵다 하더라도 정해진 내용 4개 중에서 선택해서 보내는 것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PC방에 방문해서 그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했더니 안 온다. 일정대로 중앙 공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스마트조이의 이런저런 생활이 시작된다. 그를 어딘가로 부를 수는 없는 것인가?
오, 만났다. 그런데 몇 마디 주고받더니, 그냥 가려고 한다. '뽀뽀'를 3번이나 했다. 뭔가 관계를 더 진척시켜야 한다. 그런 메뉴가 없다. '더 보기'를 눌러 '로맨스'에 있는 메뉴 중 데이트 일정 잡기를 눌렀다. 장소는 집이 좋겠어. 역사는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약속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아서일까? 똑똑한 인공 지능은 애인을 바로 뒤에 두고 다른 남성이랑 얘기를 한다거나, 다른 여성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여성들과 수다를 떨다가, 데이트 약속 시간이 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를 누른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와 있다. 유혹의 말을 날린다. 뽀뽀도 하고, 청혼도 했다. 집에서 청혼을 하다니. 뭔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결혼과 출산이라는 콘텐츠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상대를 선택하면 나타나는 메뉴 중에서 '로맨스'를 선택하면 상당히 많은 메뉴가 나온다. 청혼하기, 침대 옆에서 무드 잡기, 데이트를 기다렸다고 말하기 등의 메뉴가 있다. '황홀' 아이콘이 뜨는 대사는 스크롤로 내려서 아래로 가야 한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기, 눈앞에 있는데도 보고 싶다고 말하기 등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면 '황홀'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남성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청혼 수락은 했지만 금방 집으로 가 버렸다. 그는 집에 가더니 문자를 보내왔다. "나의 피앙새. 언제나 당신과 결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어", "약혼하길 잘 했어. 당신에겐 항상 고마워"라는 멘트다. 그러고 보니 약혼을 했는데도 약혼 날짜를 모르는 것은 나뿐인가 싶다. 일정을 보니 1주일의 일정만 있고, 약혼 날짜를 볼 수 있는 다른 달은 볼 수가 없다.
조이가 잠든 것을 보고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새벽 3시인데 깨어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뭔가 할 일을 찾다가 우측하단 '조이카드' 메뉴에 들어가니 냥스토어에서 재미난 물건들을 팔고 있다. 고양이도 안 키우는데 무슨 펫 상품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수면, 배고픔, 활력, 청결함, 사교 욕구 등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도넛이다. 화폐 단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20 이상 부터는 살 수가 없다.
그리고 기대와 관련된 내용을 보니,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카메라 모드 진입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빨간색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최상단에 카메라 모드로 진입하는 아이콘이 존재했다.
대부분의 욕구를 채워주고, 남친을 만나러 가기 위해 '사교'를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그리고 '시대의 거울' 출근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일을 하기 싫은 것은 동일한가 보다. 그보다
드디어 업무 시작. 그런데 업무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니 답답한 면도 없지 않다. 9시부터 6시까지 꼼짝없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4배속으로 해도 빠르게 지나 가지 않는 시간이다. 회사에서 애인과 채팅이 가능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한 순간 문자가 온다. '결혼도 당신이 아니면 하고 싶지 않아'라는 달콤한 말이다. 결혼이 언제쯤일까 궁금해진다. 그때까지 이 긴 지루한 시간을 4배속으로 하고 이겨내야 한다.
오후 6시. 드디어 퇴근 시간. 집으로 간다.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글쓰기와 프로그래밍하기, 작곡하기, 영상 제작하기 등이다. 카르마 행동으로 과소비하기도 있다.
◇ 충격적이었던 '돈 치트키 사용'..."나는 부자다"
아, 그리고 충격을 받았던 사실 하나가 있다. 우측 하단을 보면 메뉴가 몇 개 있다. 이중에서 가장 왼쪽, 프사켓 가이드를 열어보면 좌측 하단에 비상탈출이 붉은색으로 보인다. 바로 그 위에 '돈 치트키 사용'이 있다. 이게 뭔가 싶었다. 말 그대로 돈 치트키였다. 누를 때마다 금액이 10만원씩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렇게 4천만원까지 늘렸다. 일급이 450원인가 하고, 집이 5,000원 정도 하는데 수천만원의 가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금액이다.
잠시 후 애인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결혼 계획에 대해 얘기하기'를 눌렀다. 그랬더니 일사천리고 결혼식이 진행됐다. 그렇다고 결혼식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빨리 결혼이 성사되라고는 생각 못했다.
결혼식은 데이트, 파티와 함께 이벤트 유형 3가지 중 하나다. 시간은 화요일 12시부터 8시간동안 야외 결혼식장에서 이루어진다.
결혼식을 하면 '이사하기' 화면이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을 클릭 후 이동 버튼을 눌러 이동시키라고 한다. 부부가 된 게임와이와 심성윤은 한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심성윤은 현재 도시에 없다고 한다. 나의 전재산은 4천만원이고, 심성윤은 2만원대다. 최대 8명의 구성원이 가능한데, 둘 다 싱글이다. 심성윤을 살고 있는 집으로 끌고 왔다. 여기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이 남자는 아직 백수에도 집도 도시 내에 없는데, 이런 사람과 결혼해서 괜찮은 걸까 하는 고민이다.
뒤를 이어 독특한 장면 하나가 뜬다. '가치관 변경'이다.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사랑으로 바뀌었다. 많은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고, 나눔을 통해 사랑을 베풂으로써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가치관 점수가 60점을 넘으면 해당 가치관 전용 상호작용과 대화가 추가되며,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할 기회가 생긴다. 60점 이상을 기록한 모든 가치관은 조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하나가 메인 가치관으로 설정된다.
상대를 클릭하고 '로맨스'를 누르면 뜨밤과 출산과 관련된 내용이 출력된다. 아이 갖자고 제안하기, 침대 앞에서 무드 잡기, 이마에 뽀뽀하기, 은밀하게 속삭이며 유혹하기 등이다. 유혹을 했더니 상대가 먼저 침대에 눕는다. 그 전에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자리를 지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새벽 2시, 역사가 시작됐다. 뜨밤이 시작된 것인데, 4배속을 하다 보니 그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첫날 밤은 1배속을 권장한다. 또 개발 피디가 얘기한 뜨밤 장면이 하트만 크게 표시되면서 상상만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배고프다며 일어나는 우리의 주인공 조이. 여성은 식탁에서 뭔가를 먹고 있고, 남성은 컴퓨터로 뭔가를 하고 있다. 신혼 첫날인데 우리 이대로 따로 놀아도 좋은 걸까?
뜨거운(?) 첫날 밤을 보냈으니, 곧 아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족이 기대된다. 새로운 가족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