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1)] 관련법 국회 통과...게임사, 실효성 있나?

2021-09-09     김태현 기자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앱 마켓을 규제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구글과 애플은 그 동안 자사 앱 마켓에서 인앱 결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거둬들여 왔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구글이 내달부터 국내에 강제 도입하려 했던 인앱 결제는 사실상 무산된다. 여기서 ‘인앱 결제’란 구글과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앱이나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거대 앱 마켓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따른 지위남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이뤄진 입법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 애플과 자체 결제 정책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법안 통과 소식을 환영하며 “나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구글과 애플 등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에픽게임즈는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규정 위반으로 각 앱 스토어에서 퇴출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콘텐츠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삭제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 또한 담겨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과 중복규제 문제로 경쟁사 배제를 막는 ‘배타조건부거래’와 부당 차별행위에 대한 금지 조항은 기존 안에서 제외됐다.

통과된 법은 공포 후 바로 실행된다. 2020년 7월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1년 만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한국은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때문에 앞으로 구글을 통해 다운받은 앱에서 웹툰·웹소설·음원 등 콘텐츠를 결제할 때 결제대행 혹은 자체 결제 수단을 이용하면 수수료 30%를 구글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법안 통과는 전세계 앱 마켓 규제 논의에도 불을 지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을 시작으로 앱 마켓 관련 글로벌 규제가 연쇄적으로 발의될 수도 있다는 것.

이미 지난 6월 미 의회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5개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1일에는 미국 상원에서는 국내 법안과 비슷한 내용의 '오픈 앱마켓 법안'이 발의됐으며, 하원에서도 같은 달 13일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미국 유타 주, 뉴욕 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DC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을 앱 마켓 경쟁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관련 논의는 호주, 일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한편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업종은 게임 업계다.

그런데 법안에 배타조건부거래 항목이 제외되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구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 만큼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게임분야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미 모바일 게임 업계에는 구글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을 통해 이뤄지는 게임 순위가 성공의 척도처럼 작용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대부분 구글 게임 부문의 매출 순위를 내세우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체할 결제 수단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구글 앱 마켓 이용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트렌드화 되고 있기 때문에 원스토어 등 국내 마켓에 출시를 하더라도 구글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원스토어가  '글로벌 멀티OS 콘텐츠 플랫폼' 비전 선포식에서 'MS 애저'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내세웠지만 아직은 먼 얘기다. 원스토어의 진출 지역은 아시아 시장에 국한돼 있다.

또한 타 결제대행사를 이용했을 경우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 문제, 전산 오류 및 구글 인앱 시스템을 벗어나 발생하는 사기, 환불 금지 및 무분별한 구독서비스 남용 등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자체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에는 개발비용과 관리·보수·개선 비용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법안 실행 이후에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개발사가 구글 앱 마켓에 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구글 인앱결제를 거부한 게임사에 대해 구글 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구글은 15일 한국에서 기울인 지원 노력을 10개 세션에 걸쳐 발표하는 구글 포 코리아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한다. 

아젠다로는 ▲글로벌 관점에서 본 구글 코리아의 미션과 역할 ▲글로벌 관점에서 본 플레이&에코시스템의 미션과 역할 ▲구글 스타트업과 캠퍼스를 통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 ▲구글 코리아의 미션과 역할 등이 포함됐고, 게임이나 인앱결제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구글 포 코리아 공식 페이지에서 구글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영향력과 잠재력을 지닌 놀라운 국가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구글은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파트너의 성장과 세계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지원을 제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가 구글 갑질 방지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을 달리개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게임와이에서는 15일 있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내용은 물론 대응책을 꼼꼼히 살피는 한편, 국내에서 실효성 있는 구글 갑질 방지법 전파를 위해 관련 의지를 국내 게임사에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