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묘지에 비석은 필요없다...'북두신권'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수집형 RPG라니...'라는 생각은 있었다.
참 좋아하는 캐릭터와 IP인데 유행 지난 볼품 없는 게임으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국내에서 별 내용도 없이 수집형 RPG가 나오면 '구닥다리' 느낌이 난다. 이미 MMOPRPG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좀 더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PC콘솔게임이 더 각광받고 있는 세상이라 그렇다.
북두신권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니 1983년부터 88년까지 연재됐고, 89년에 완결됐다. 해적판 만화를 봤을 때도 그쯤이었을 것 같다. 당시는 험한 세상있고, 강한 캐릭터가 선망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게임 '북두신권'에서 그때 그 그림체를 발견했다. 주인공 켄시로가 여러 마을을 돌며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면서 악당들을 해치우는 내용이다. '내 묘지에 비석은 필요 없다', '북두신권은 무적이다'와 같은 멘트가 정겹다.
그런데 이 스토리가 신기하게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패키지게임이 아닌 보통의 모바일게임이라면 스토리는 패스하기 마련인데, 흑백 만화 스토리를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그리 길지 않기 때문. 스토리만 요약해서 잘 보여주기 때문에 패스할 이유를 느끼기 힘들다.
무과금으로도 할만 하다. UR급은 전체를 다 따져서 4명인데 그중 1명을 받고 시작했다.
이어 SR급 캐릭터들은 발에 채일 정도. 10연속 뽑기를 10번 정도는 아니지만 5-6번은 했을 정도로 박하지 않다. 이래서 남는게 있을까 싶은데, 일본 등 해외 출시 당시 매출 순위가 높지 않았던 이유를 알 듯 하다.
다른 것보다 좋았던 것은 육성할 소재가 많다는 것. 레벨 30이 될 동안 한 두 번 정도만 메인 퀘스트에 막혔고, 이후 레벨업이나 무기 강화 등을 통해서 금새 허들을 넘어설 수 있었다.
UR 캐릭터도 주고, 레벨업할 자원도 많이 주고, 상점을 열어볼 기회가 별로 없다. 이것이 혜자 게임이 아니고 무엇이랴. 평점도 4.6점으로 혜자 게임임을 잘 입증해 준다.
사실 북두의권이 생각보다 유명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피규어 모집하는 사람도 있고, 꽤나 국내 이용자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북두의권이 유명하다고는 하나, 모바일게임까지 찾아서 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터.
특히나 대대적인 마케팅이 없었기에 첫날 이용자들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권사 기준으로 46위까지 하는 등 '한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용자층이 얕다. 그래서 무과금으로도 높은 등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라면 장점.
한번 잡고 나면 빠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만큼 주는 것이 많고 할 것도 많다. 한번 잡고 몇 시간동안 계속해도 될 정도로 일단 게임에 푹 빠지게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계속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는 30레벨 이후다. 흑백 만화 스토리를 보기 위해 메인 스토리를 밀려면 꽤나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 그래서 허들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목표를 랭커에 둘지, 스토리를 밀지 고민이 되는 레벨이다.
켄시로를 비롯 6명이 다른 6명과 턴제 자동 전투를 벌이며 그 그샷 한장에 정말 실망감이 컸는데, 직접 즐겨본 북두신권의 재미는 그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게임도 아니다. 원작 만화 주인공 켄시로의 폼나는 액션에 눈이 즐거운 수집형 RPG,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