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벌써부터 우려되는 차세대 게임기 ‘되팔이’…씨를 말리는 방법

2020-11-05     이준혁 기자

지금처럼 비디오 게임기와 소프트가 정식 출시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비디오 게임기는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당시 일부 전자 상가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었던 비디오 게임기는 업자가 해외에서 직접 구입해서 국내에서 판매했다. 그래서 정해진 가격이 없고, 부르는 것이 가격이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해외에 직접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구입하고 이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없거나 대중화가 되지 않은 시절이니 해외 직구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디오 게임기와 관련 소프트들이 모두 정식 출시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다음 주면 드디어 차세대 게임기들이 발매된다. 국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인기가 항상 높았지만 이번에는 엑스박스도 강력한 성능과 게임패스 등과 맞물려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게이머들은 해당 게임기들을 쉽게 구매할 수 없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의 고향인 일본조차도 출시일날 오프라인 매장 판매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판매할 제품이 모자란 상황이다. 국내보다 더 큰 시장인 일본에서도 이런 상황이니 국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차세대 게임기 출시는 그냥 형식적인 의미일 뿐 사전 등록이라는 어마 어마한 경쟁을 통과한 극소수의 유저만 누리는 즐거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론칭일은 사전 등록을 한 유저들이 제품을 받는 날일 뿐 그 어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게임기를 구입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그래서 출시됐다고 해도 게임기를 실제로 손에 넣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 3년이 지난 게임기가 코로나 사태로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되팔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닌텐도 스위치가 공급 부족 사태가 되자 스위치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상승했다. 정가로는 절대로 구매할 수 없었고, ‘동물의 숲 에디션’ 같은 경우는 한정판이 아니지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심지어 출시된지 3년이 지난 게임기였지만 추첨 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금도 제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되팔이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싸게 판매한다. 정가의 1.5배에서 2배 이상까지 폭리를 취한다. 이러한 상황은 차세대 게임기가 발매되는 다음 주부터 다시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 수량이 부족할수록, 그리고 그 기간이 오래 갈수록 되팔이들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예약을 통해 제품을 수령할 경우 신분증을 확인한 후 예약자 본인일 경우에 한해 제품 수령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당연히 되팔이들이 계속해서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게임 매장이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조치라도 있어야 되팔이들의 사재기와 그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가격에 구입해 주면 되팔이들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되팔이들의 제품을 구입하는 유저도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되팔이들이 온갖 미사어구로 게이머들을 현혹시켜도 구매하지 않으면 결국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거나 정가 수준에서 판매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차세대 게임기. 특히 엑스박스 시리즈 X는 하위 호환 성능이 너무 좋아서 론칭 게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하게 구매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디오 게임기를 갖고 싶어하지만 눈 앞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수량을 배정받아 국내에 공급해야 하는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먼저 배정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당분간 되팔이의 유혹을 물리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시기다. 이들은 게이머의 축제가 되어야 할 축제를 망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