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서비스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현지화다. 

구글 개발자 콘솔에서 '170여 개 나라에 모두 출시하겠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체크하면 전 세계 170개국에 일괄적으로 배포가 된다. 하지만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어가, 한국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어가 필수인 시장이 됐다. 캐주얼게임은 물론이고 MMORPG 등 하드코어한 장르로 올라갈수록 현지화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현지화를 개발사나 게임사가 직접 챙기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기도 하다. 멀리 유럽에는 독일에서 현지화 전문 기업을 설립, 동북아의 끝 한국까지 와서 지사를 설립한 '알타그램'이라는 회사가 있다. 

게임사가 아니어서 게임 이용자들에게 그리 유명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화 게임을 이야기하면 '아, 그 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현지화 경험이 풍부한 회사다. 

오로지 '게임 현지화'만 추구하며 전문성을 살리겠다고 하는 명확한  목표를 지닌 알타그램 김흥민 아시아 지사장을 선릉역 사무실이 아닌 강남 역삼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무실에서 사람 만나기가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 다소 마른 체형의 김흥민 지사장은 만나자 마자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게임의 현지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흥민 아시아 지사장
김흥민 아시아 지사장

 

알타그램의 시작은 프랑스 여성 대표가 2013년 독일에 게임 현지화 전무 기업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서울(아시아) 지사는 2018년 설립됐고 김 지사장이 맡고 있다. 김 지사장의 게임과의 첫 인연은 블루사이드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게임과 무관했지만 일찌감치 2006년부터 국내 게임 기업에서 해외 매니지먼트 관련 업무를 맡아 해온 것인데, 2011년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 드래곤네스트의 해외 론칭을 맡았고, 2019년 알타그램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독일 본사는 더빙을 하는 별도 스튜디오가 있고, 몬트리올 및 아시아에 2개의 지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지사의 인원은 9명에 매출은 약 15억~20억 수준이고, 독일 본사는 인원이나 매출 규모가 10배에 이른다. 

알타그램 독일 본사, 마리 아미그 대표
알타그램 독일 본사, 마리 아미그 대표

 

◇ 오로지 '게임 현지화' 하나만...지사 5개 목표

알타그램의 목표는 '게임 현지화' 하나다. 현지화나 QA 사업을 하다 보면 '운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용자들은 많은 게임사들이 직접 운영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카페 운영이나 이용자 문의를 책임지는 CS는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회사는 '운영'으로 그 영역을 넓히지 않았고, '게임 현지화' 한 우물만 파고 있으며 향후 목표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김 지사장은 알타그램의 목표와 관련해서 "마리 아미그 대표도 같은 생각이지만 더 많은 지사를 세우고 싶다. 5개 정도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무래도 일본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아시아 지사를 일본으로 넓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하나의 목표는 새로운 번역 작업자 플랫폼 '알로카이(Alocai)'를 완성시키는 일이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번역 프로젝트를 관리함에 있어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해 주는 번역 관리 플랫폼으로, 현재 베타 버전 개발 중이다.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대표적...WOW, COC도 일부 참여

알타그램은 이 분야에서 후발 주자다. 그래서 기존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큰 장점을 제시해야 한다. 김 지사장이 꼽는 알타그램의 장점은 콘솔 번역 경험과 여성 대표가 가지는 특장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여성의 섬세함이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타그램이 진행한 수천 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은 스퀘어에닉스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다. 이 작품은 유럽의 등 9개국어로 번역됐다. 그리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일부 확장팩을 번역하는 작업을 했고, 클래시오브클랜 등 슈퍼셀 타이틀에서 LQE(Linguistic Quality Evaluation), 즉 다른 밴더가 한 번역물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스퀘어에닉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스퀘어에닉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이 외에도 유비소프트와 EA의 콘솔게임들을 맡았고, 퍼펙트월드의 '네버윈터', 세가의 '토탈워'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며 넷마블, 넥슨, 스마일게이트, 아이덴티티게임즈, 하운드13, 텐센트 등의 타이틀도 포함된다.  이중 '네버윈터'는 더빙도 진행했는데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가 많은 만큼 가장 큰 규모의 보이스 더빙이였고, 코로나 상황인 현재도 각 성우들이 자신의 거처와 근접한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을 하여 제출하면, 이를 취합하고 다듬는 형태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 현지화에 중요한 '문화화'란?

알타그램의 업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문화화'라는 항목이다. 현지화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그 범위와 내용이 궁금해진다. 

김 지사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크게 어려운 개념이거나 반전이 되는 요소는 없다. 알타그램의 '문화화'란, 유럽 원어민들이 번역하다 보니 그 나라의 유행어와 스타, 헤어스타일, 코스튬 등의 느낌을 잘 알기에 게임 번역에서 이를 잘 살려준다는 의미의 서비스다. 해당 나라의 이용자가 봤을 때 문제가 없는지, 현 시점의 유행이 잘 녹아 있는지를 파악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업무다. 사실 이로 인해 새로운 게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현지화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현지화에는 QA도 포함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기능 테스트인 FQA(Function QA)가 아니다. 언어적인(Linguistic) QA다. 일명 LQA라는 것인데, 앞서 설명한 '문화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언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인가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 콘솔게임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

게임 번역 중에서도 '콘솔'게임은 글자 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알타그램이 진행한 콘솔게임 번역물의 양은 300만자가 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산 MMORPG의 분량이 60만 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스토리텔링이 메인인 콘솔게임의 스토리성이 제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지사장은 최근 한국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콘솔화 바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PC와 모바일이 풀 포화 상태에서 인디게임사들까지 스팀이나 콘솔로 출시되고 있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하며 향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최근 유럽에서도 펄어비스의 신작(도깨비 등)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럽에서 찾는 한국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김 지사장은  "알타그램의 본사가 있는 독일 이용자들은 콘솔게임 베이스로 큰 이용자들이라 텍스트 양이 많고 깊이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국내 게임들보다는 유럽에서 탄생한 타이틀을 좋아한다. 스토리텔링이 반 정도인 그런 게임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펄어비스 게임은 통했다. '검은사막'이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떨친 것인데, 콘솔게임과 비교하면 스토리텔링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산 MMORPG치고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검은사막'이 성공했고, 또 이후 타이틀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진출을 위해서는 '검은사막' 정도의 스토리텔링은 해줘야 한다는 결론이다. 


◇ 현지화가 꼭 필요한 국가는 '태국, 베트남, 인도'

태국은 한국처럼 꼭 현지화가 꼭 필요한 나라 중 하나다. 영어를 사용하지만 한국어가 더 익숙한 한국처럼 태국어가 필수라는 얘기다. 태국 말고 현지화가 꼭 필요한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에 김 지사장은 '베트남'과 '인도'를 꼽는다. 그는 "사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3개 나라는 영어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인도와 베트남은 현지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장은 "중국도 당연히 현지화가 필요하지만 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지사를 만들어 직접 현지화를 진행해버리는 구조라 (알타그램과 같은 기업이 끼어들기)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글로벌 현지화는 한콘진의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 한콘진의 서비스와 비교하면 어떨까? 한콘진은 '게임 더하기' 플랫폼에서 인디게임사 와 밴더를 연결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알타그램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퀄리티 검증은 보장하기 힘드니 전문 기업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김 지사장의 의견.

그는 번역을 잘 하는 것보다는 '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단어는 이렇게 번역하는 회사와 하고 싶다'는 것으로, 말 그대로 '감'을 잘 살린 밴더가 최종 계약을 한다는 내용이다. 알타그램이 그 '감'을 살려 현지화를 진행한 한국 게임은 블레이드앤소울, 헌드레드소울, 위베어베어스 등이 있다. 

번역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럽어인 경우 영어로 한 번 번역을 하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는 것. 김 지사장은 "해외 타이틀을 한국에 론칭할 때 한국 문화가 어떤지 감은 잡고 있지만 좀 더 일본을 떠올린다. 한국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어 베이스로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번역이 안 나온다"며 "오히려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자연스러운 때가 있다"고 말한다. 

 

김 지사장은 국내 게임사들을 향해 마케팅보다는 좀 더 '현지화'에 비중을 두라고 말한다. 김 지사장은 "유럽 게임 론칭을 희망하는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특별한 현지화 없이) 원빌드로 처리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비용의 1/10만 절약해서 번역에 투자하면 장기적인 수익은 물론이고 게임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번역 원패스 솔루션인 알로카이가 완성 단계다. 게임사의 PM의 번역 관련 일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 솔루션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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